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어떤 죽음

황금횃대 2005. 5. 7. 22:23

 

 

 

 

인생을 거의 다 소진한 팔순의 할머니가
그 기찻길에는 왜 올라갔는지 몰라
이년 여 공사 끝에 동네 들머리에는 건널목 대신
지하 차도도 멋지게 뚫어 놓았는데
치매로 여러 해 누워
똥오줌 다 받아내었던 할머니가
무엇을 앞당겨볼라구
그 기찻길로 올라갔는가
개망초 흔들리는 말로는
네동강난 육신을 집으로 모셨다더군
잘나가는 새마을과 정면승부 했으면
뼛조각도 못 찾을 것인데
느릿느릿 마악 출발하는 화물차량이라
그나마...



기차길 옆 오막살이 싸릿대 삽짝에는 
이태에 한번, 혹은 서너해 지날 즈음
가지런히 펴 놓을 수도 없는
죽음의 이야기가
바람에 펄럭거린다




무덤 속은
먹지 않아서 받아 낼것도 없는
고요가 있을테지

 

 

 

 


 

<홀아비 꽃대/ 역시 광주사는 박아무개씨가 정성스럽게 찍었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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