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시집 왔을 때도 저 느릅나무는 저만큼 굵었단다
울 큰형님 결혼해서 왔을 때도 느릅나무는 저만큼 컷단다.
어느 여름 느릅나무에 벼락이 떨어져 나무의 중간이 딱 부러졌단다.
그러고도 나무는 해마다 새순을 내고 다시금 제키를 뽑아냈는데 이상하게 잘 크다가도 가지가 부러져 다시금 그 높이로는 자라지 않았다
그러다 큰아즈버님이 돌아가셨다
길 놓는 굿을 두 번이나 하였는데 무당이 그러더란다
집에 있는 느릅나무가 벼락에 맞아 부러지는게 아니였어...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겠지만 그 나무가 벼락 맞는 날 큰아들 내외의 청실홍실이 끊어졌다고
무당은 표정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단다.
그가 죽고 몇 년을 저녁으로 소쩍새가 앉아서 울다가 갔다
나는 그가 몸은 간경화로 배가 남산만큼 부풀어 올라 죽음을 맞았지만 영혼은 가벼웠나보다 소쩍새가 되었구나...소쩌꿍소쩌꿍..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자몽을 그렇게 좋아했는데 복수 때문에 그걸 제대로 먹질 못했다. 식성은 정말 좋았는데 병 때문에 먹는 것을 자제해야했다. 형님은 그가 배를 곯으며 죽었다고 눈가에 눈물을 찍었다. 솥저꿍솥저꿍...
형님은 결혼 한지 육년만에 아들을 낳았다
노할머니는 아이를 못 낳는다고 어디가서 눈도 귀도 없는 베개뭉텅이라도 낳아보라고 서릿발같은 차가움을 실어 손자며느리를 볶았다.
천신만고끝에 낳은 아들을 돌아가신 아즈버님은 너무 아꼈다. 귀한 자식일 수록 부족하게 키워야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어느 날, 윗뜸에 아주머니가 우리집에 와서 은밀히 귓말로 내게 부탁을 했다
벼락맞은 느릅나무 가지를 구할 수 있느냐고.
뭣에 쓸려는데요 하고 물으니 아주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어디서 물으니 아들 잘 되게 할려면 벼락맞은 나무를 삶아 물을 먹으면 좋다구해서.."
벼락 맞은 느릅나무가 어느 부부에게는 부부의 연이 끊어지는 전설이 되고, 또 누구에게는 자식의 전도양양을 위한 양밥이 되는 전설이 되는가..
저 나무에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달리든말든, 우리집 마당을 거니던 조나단수탉리빙스턴은 저녁만 되면 전설의 느릅나무를 오른다. 이 또한 전설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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