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꽃
우리집 뒤안은
온통 감꽃 지뢰밭
바람이란 놈이 밤새도록
한번만 달라고 얼마나 졸라댔는지
못 이긴척 떨어져 누운
그녀들의 하얀 몸뚱이가
지뢰밭을 이루었다
하룻밤 통정에도
어린 감들은 달리나니.
바람이 지나간 아침
못내 몸이 달은 감꽃 하나가
빨래
널고 난 텅빈 대야에
저홀로 툭,
가장자리를 돌며 떨어진다
뒤안에 돌감낭구가 있어요. 돌감나무 감꽃은 감도 작은 팽이처럼 작지만
꽃도 작아요
꽃이나 감은 좀 비리비리 볼품없어도, 이게이게 한 칼 품고 있는게 뭐냐면
가을에 단풍이 지면 그 어느 감나무 보다 색깔이 곱답니다.
뻥치지 마라굽쇼? 뻥인가 아닌가는 가을까지 여길 들락거려 보세용
확인시켜 드릴팅게.
뒤안에 풀이 엄청 났어요
여름이면 밭에 풀 매는 것도 몸썰 나는데 뒤안에 풀까지 맬라면 풀이 정말 귀신 보다 더 무섭지라.
그래서 보도 블럭 못 쓰는거 주워와서 싸악 깔았는데, 그 틈새를 비집고 왠갖 것들이 다 올라 옵니다. 저 크로바같은게 싱아든가? 잎을 씹으면 오줌누고 난 뒤처럼 모저리를 치는 것처럼 입 안이 시지요. 아 조건반사. 이렇게 글자로 쓰는데도 양 뽈다구니가 시어서 침이 나오네요. 질경이, 참비름, 곰취, 우산이끼, 자주달개비, 쓴나물, 파리풀...하여간 그 좁은 모래 틈에서 뿌리박고 올라 오는 것보면 아침마다 부지런한 사람은 한 가지씩 깨달음을 얻겠구만
내사마 깨달음보다는 사는기 더 중요하니까..저누무 풀 제초재를 한번 치던지...이러고 말지만.
감이파리 요만할 때 쪄서 말려 감잎차 만들어 먹으면 혈압에도 좋다등만, 나는 그것도 못하고 있네요. 오늘은 제사라서 그만 털고 일어나 장 봐와서 하루종일 제수 음식 장만해야 하고, 내일은 손님들 많이 온다니까 집구석 청소도 좀 해야하고
내일이면 빗자루에 쓸려나갈 저 감꽃 경전 눈 여겨 보시구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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