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오찬

황금횃대 2005. 6. 8. 13:55

아주 오랜만에 혼자 점심을 먹는다

주섬주섬 반찬을 내놓을것 없이 간단하게 먹기로 한다

 



어제 밭에가서 한창 속잎을 키워가는 상추를 한봉다리 뜯어왔다

날이 가물어도 어찌나 상추잎이 여리던지 씻기도 조심스럽다

 



부글부글 끓는 된장투가리를 행주로 똑 떼다가 식탁 위에 올려놓고

 



함부래 큰 그릇에다 밥도 넉넉하게 담는다.

한번 비벼서 아쉬워 다시 비비면 십중팔구 두번째 비빈 것은 맛이 없다

제사밥도 그렇고 비빔밥도 그렇고 보리밥도 물론 그러하다. 그래서 처음에 아주 배가 빵빵하게 될만큼 밥을 푼다.

 



 상추 먼저 손으로 대애충 쥐어 뜯어 밥 우에 올리고

 



열무김치도 건데기 건져서 넉넉하게 상추 위에 쌓는다. 물론 고추장도 듬뿍.

 



뜨거운 된장까지 끼얹고 나면 빨리 비빌 준비

 



이렇게 골고루 비비기까지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는데 비비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면 입안에는 군침이 돈다..츠르릅. 내가 비빌 때는 좀 덜한데 남이 비비는 걸 바라보고 있을 땐, 시간의 마디마디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눈에 보이지를.

 



숟가락으로 떠서도 먹고,



새카만 콩장 얹어 쌈 싸먹기도 하고

 



그릇이 비워 지는 사이에

 



부글부글 끓던 된장투가리도 가라앉아 창문을 통해 들어 온 하늘을 담아 내고 있다.

 



깨끗하게 먹고,



흔적없이 일어난다. 새처럼 가벼이....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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