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어머님은 여름이 언제부터라고 생각하세요?"
"그야 모시적삼 생각나면 한여름이지"
"아이고 참, 내 정신봐. 내가
작년에 사 놓은 바지 단도 못했네"
"제가 해 드릴게요"
내가 엄지손가락은 뱀대가리 손이라
모양새가 웃기고 무디게 생겼어. 그래도 바느질 같은건 참 잘해요
내가 내 칭찬하니까 히~ 좀 부끄럽지만 =.=;; 잘 하는건 잘 한다하지 우짜것어.
바늘에 실을 끼고 천을 착 감아쥐고 바지단을 해요.
공글리기 하면 좋은데 그건 좀 더 비단같은 옷에나 어울리고, 이런 모시옷은 그리 안해도 괘안아
그냥 따문따문 똑 고만한 발자국을 떼가면서 세발뜨기 하면 되요.
왜 세발뜨기라고 이 바느질 이름이
이렇게 붙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세모모양으로 발을 떼 나가니까
세발뜨기라고 이름 붙였는지도 몰라. 이름이란게 그렇잖아요? 노란 물이 나온다고 애기똥풀, 밥주걱
같이 생겼다고 주걱턱, 이렇게 세발세발 세모모양으로 떠 나가면 어느 새 바지가랭이 하나는 완성
실맺음이 왜 저렇게 새까만지
아시죠?
엄지와 검지에 침을 묻히고 끝을 동그랗게 궁글려 뭉치면 손끝에 먼지가 저렇게 닦여서 실맺음이
새까맣게 되요. 그냥 보면 벨로 손이 더러운지 모르는데 흰실 바느질할 때 실맺음 해보면 손이
얼매나 더러운지 대번 알게되요.
이렇게 모시바지 단하는 것을
끝마쳤어요
의자에 앉아 고요히 세발 떠나가며 바늘땀의 넓이를 세밀히 가늠하면 마음 속에 상념이 사라져요
그래서 바느질 하면 심정이 고요해지기도 한다지요.
그 여편네 생긴 것보다 바느질은 잘 하네..하고 칭찬하면,
이 오질없는 여편네는 올 겨울에 누비두루막 한 벌 맹글어 보겠다고 뎀빌지도 몰래요^^
횃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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