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다사면 죽곡리, 거기가 내
외가다.
강창이라고 했지.
강창을 돌아 낙동강가에 이르면 거기는 강정이라고 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들어내면 역시 아버지다
엄마와 같이 한 기억들도 많을건데 나는 유독 아버지와 같이 한 기억이 더 깊다
초등학교 1학년 여름 장마통에 아버지가 작은 우산을 가지고 날 마중 나온 기억
아버지의 등에 업혀 범어천 불어난 물줄기를 따라 물 보다 더 바삐 가던 기억
아버지의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신천시장으로 장보러 갔던 기억
동대구역까지 온 식구가 자전거를 타고 놀러 갔던 기억
칠성동 둥글레횟집에 회를 먹으러 가면 신발을 들고 들어가 앉은 자리 벽의 위쪽에 붙은 신발장에
가지런히 신발을 얹어 놓던 기억
기억, 기억, 기억들.
어려서 외갓집에 잔치가 있었다.
잔치 끝나고 엄마는 외가집에 며칠 더 있다 오고 아버지와 나는 낙동강을 건너오는데
한 겨울, 꽁꽁 강은 얼어있었다
얼음이 달빛을 튀겨내어도 사위는 적막하고 깜깜했다.
언강을 건너오면 살살 딛여도 쩡~하고 강이 울었다. 그러면 아버지도 나도 잡은 손에 움찔 힘을 주었다.
생각해보라
겨우 일곱살 아니면 여덟살, 그 작은 딸년손을 잡고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나를 의지하고
나는 나대로 마음 턱 놓고 그 손에 이끌려 갔을.
날은 추웠고
아모 말 한 마디 없이 언 강을 건너면서
아버지는 나에게 천만마디의 말보다 더 든든하였고
나는 아버지에게
수 천년을 이어온 강의 역사보다 더 귀했을것이다.
낮에 밭에 가서 가랑파 한 오큼 뽑아오면서 아버지 생각이 났다
이맘 때쯤이면 매푸한 가랑파 겉절이해서 아버지와 딸이 코끝에 땀방울 맺어가며
밥을 비벼먹고 했는데..
아버지와 딸의 인연은, 엄마와 딸 인연보다 훨 더 오래된 역사가 있을거 같아
나는 그래....아버지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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