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띰띰 풀이 (2)

황금횃대 2005. 6. 14. 16:25

그러나 속맴이 그렇다고 어머님 앞에서 내색을 할 수가 있나 고개만 끄덕거리며 앉았으니 보살할매는 계속 은행알이 든 스뎅바가치를 돌리면서 바가치랑  이야기한다

"할아버지 동생이 맞어? 맞다고 그래 맞어"

그러더니 우릴 쳐다보며 "할아버지 동생 맞디야"

"그럼 어째까? 장가 보내달라고 연가제를 해야겠네"

"연가제가 뭐라요?"

"처녀귀신 불러다 짝 맺어 달라는게야"

"그건 또 우찌하믄 되는데?"

심각하게 또 논의가 된다. "날을 받아 봐야재"

스뎅바가치 돌아가자 날을 받고 음력으로 달력확인하고

"이런건 한시가 급하재 낼은 내가 다른 굿이 있어 안되긋고 그 담날 하지뭐. 빠를 수록 좋애"

 

이런저런 준비물이 내게 하달이 된다

새로 찧은 쌀로 밥을 시그륵(세 그릇) 해오고, 삼색 나무새에 탕국, 지룩 한 마리, 조기나 한 마리 굽고,,,간단하게 해여 빌면 되는 일을 갖구

 

약속한 날 장을 봐다 종일 다듬고 음식을 장만한다. 하면서도 이게 뭔가 싶어서 나는 자꾸 헛김이 빠져 목덜미에 식은땀이 삐질삐질 나오고, 못된 내 승질대로 하자믄 두 손 딱 포개서 무릎 위에 얹어 놓고는 꼼짝도 하기 싫덩만, 그래도 또 사람 마음이 그게 아이래. 입이 닭구똥꼬처럼 튀어나오다가도 에구...내가 좀 움직이면 집구석이 편테잖여. 그렇게 혼자 열두번 마음 둔갑을 시키면서 음식을 해서 저녁답에 그릇그릇 담아 랩으로 포옥 싸서 한 채반 장만(장만옥님이 생각나네 ㅎㅎ)을 하였다.

 

저녁 어스름이 내리고, 천지는 어디 한군데 기댈데 없이 서글픈 기색이 어스름과 함께 나려 나는 몹시도 마음이 어지러웠다. 치성을 드려야 할 판국에 마음이 썩 내키지 않으니 자꾸 가기가 꺼려지는것이다. 고스방이 저녁을 먹으러 왔기에 식구들 모다 저녁을 차려 주고 나는 방에 와서 고만 모로 누워 버렸다. 완고하게 등을 돌리고 혼자서 쌕쌕 불편한 기색을 어깨에다 잔뜩 싫어 한 마리 짐승처럼 내색을 하는 것이다. 저녁을 먹고 고스방이 방에 들어와서 고집스레 치켜세운 내 어깨 위에다 저녁 안 먹냐구 말을 해도 <생각 없다>하며 싸늘해 말을 해 버렸으니.

 

아버님 차에다 그것들을 싣고 소계리로 들어갔다.

골짝 동네라 벌써 하늘에는 별이 반짝이고, 녹음의 산들이 검은 빛으로 우주의 편광을 받고 있다.

살림집 말고 덩그러니 지어진 오래된 집으로 올라갔다. 가파른 계단이 열개도 넘어서 어머님은 엉금엉금 기시며 올라가신다. 나무편으로 짜 맞춘 오래된 대청마루가 있고 겨울에는 나무쪽 사이에서 황소 바람이 새어오는가 솜 같은 것으로 틈새를 막아 놓았다

 

마루 구석에는 짚으로 허새비를 만들어 얼굴에다 창호지를 붙여 눈,코 입, 눈썹을 그려서 신랑 각시를 만들어 놓았고, 그들은 둘다 사모관대에 각시는 원삼 족두리 차림이다, 그렇게 허새비 신랑 각시가 나란히 앉아 있다.

그 옆에 상을 차리고 음식을 얹어서 아홉시가 조금 넘자 굿을 시작했다.

촛불을 켜고, 연가를 알리는 신랑 신부의 이름표가 붙고..

 

보살할매가 북을 둥둥 치며 징을 엎어놓고 간간히 장단을 맞추며 사방의 장군들을 불러 모은다.

중얼거리듯 말을 해서 자세하게 옮겨 놓을 수가 없네. 그러면서 굿은 점점 빠른 템포로 진행이 되었는데 조금 있으니 보살이 저 촛불을 좀 보란다. 좋아서 막 춤을 춘다고. 저봐, 저바, 얼마나 좋으면 손 붙잡고 춤을 추네그랴. 할마이 저 불 좀 봐바.

 

속으로생각키로 북을 치니 나무로 만든 집이 둥둥 울려서 촛불이 그런 것이겠재. 자세히 봐야지

그 담부터는 딴데 안 보고 촛불만 빵구가 나도록 치어다본다. 불은 꼭 사람 모양이로 두개가 가까이 붙어서 흔들리며 타고 있다. 그걸 춤이라 생각하니 정말로 그런 것도 같다 출렁출렁 불이 움직였다가 잠시 고요히 내려앉았다를 반복한다.

어디서 바람 들어오는 구멍이 있다 둘러본다. 딱히 촛불에 영향을 줄만한 바람은 없는 듯하다.

그렇게 북을 두드리며 주문을 외고, 또 우릴 쳐다보며 상황을 이야기한다

조금 있으니 예의 또 그 스뎅양푼이를 흔들며 뭘 물어본다

 

<어디 츠자래? 저승에서 만냈어? 아이라꼬. 그럼? 길에서 만냈어? 아이래? 으응 아이구나 그럼.. 동네서? 어응..동네서 만났구나> 우릴 쳐다보면서 "동네에서 만냈데요. 동네에서 만났는데 그럴 수 없이 좋데요 하구참...저 촛불 춤추는거 바 둥둥둥"

 

 

마주 앉아 관전하는 우릴 보고 하는 소린지, 자기만 보이는 영과 이야기를 하는지 보살은 뜬금없이 주끼다가 묻다가 웃다가 사설을 하다가 우리에게 상황을 알려주다가 하면서 혼자 끌어나간다.

그러더니 북을 그만 치고 우릴 보고는 또 "할무이 저 불의 심지 좀 봐. 장개들어 준다고 날보고 인사하네. 허참..저렇게 존 것을"

아닌게 아니라 두 촛불의 심지가 꼬부랑하게 굽어서 구십도로 꼬부라져 보살한테 절을 하는 것 같다.  조금 있으니 또 보살이 <신혼 여행 갈라꼬? 어디로  제주도로? 히히> 그렇게 웃는 얼굴로 우릴 돌아보며 "할마이 신혼여행 간디야. 말하자면 할무이 시동생이네. 어려서 죽었어도 시동생은 시동생이여. 저 초 심지 좀봐바 할무이, 삽짝쪽으로 꼬부라졌지? 신혼여행가는 마음이 급하신가바."

<맘도 급하시지. 저렇게도 좋을까..> 보살은 마치 우리 눈에는 안 보이는 사람이 초례를 치르고 있는 것처럼 말도 걸고 우리에게 상황 설명도 해 주었다.

 

 

 

 

잠이 솔솔 오네...모니터를 쳐다보는데도 자꾸 졸아여...한심 자고 와서 또 쓸게요^^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염장 지르기  (0) 2005.06.16
심띰 풀이 (3)  (0) 2005.06.15
심심풀이(1)  (0) 2005.06.13
책상 너머  (0) 2005.06.13
그 모습 어데가고...  (0) 200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