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물꼬 보러 갔더니 불미나리가 빼족빼족 올라왔다. 손톱으로 똑,똑, 분질러 한오큼 뜯어온다
나물 여린 것들을 뜯을 땐 닭발 손질하는 것같이 좀 애처럽다. 그러나 조럴 때 뭘 해묵으면 겁나게 맛있다.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애호박도 썰어 넣는다. 집구석에서 살림 십칠년쯤 하면 채썰기에 대가가 된다. 잘못할 때야 칼날이 무디니 어쩌니 따지지만, 경력이 저만큼 되면 작두를 갖다줘도 매양 매끄럽게 채를 쳐낸다. 이런걸 道라 하지 않으면 무엇을 道라 할까?
매운걸 좀 못 먹더래도 부침개만큼은 좀 매푸해야한다. 청양고추 팍팍 손톱밑이 따갑도록 썰어 넣는다.
밀가리봉지를 꺼꿀백이 쏟아서 밀가리를 대애충 넣는다. 속에 바람과 같이 나오는 바람에 밀가리가 화악 퍼졌다. 할 때마다 그러면서도 할 때마다 조심 안 한다. 개성이다 푸히~
(근데 얘는 왜 사진이 쪼맨하게 나온겨???)
왕소금 집어 넣어 물 넣고 몰그리하게 갠다. 생밀가루지만 손가락으로 찍어서 간을 본다.
후라이팬 달궈서 노릇하게 한 장 지져낸다. 지져 낼동안,
술광에 가서 삼년 묵은 앵두술을 끌어 안고 온다.
앵두술 한 잔에 미나리부침개 한 젓가락! 주금이지?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