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지던 날
교장댁 능소화가 담 밖으로
한 송이
뚝 떨어졌다
아들놈은 오랜만에
밖으로 나가고
어머님은 또 국수를 삶으란다
닭들도 여전히 그 목청으로
밖을
향한 화살을 쏘아대고
개새끼는 나를 보고
사료나 밥이나
둘 중에 하나를 달라고 짖어 쌌는다
커다란 빗방울이 시작되어
낡은 양철지붕은 비로소 젖는다
떠올려도 떠올려도
사랑밖에 없었노라
우물 속 두레박은
차디찬
환각 속에
반쯤 기울어진 손잡이를
휘젓고 있다
방문을 몰아쳐오는
급한 바람이
다시 능소화 한 송이
뚝 떨궈놓고
봄 날,
앵도나무 치맛 속으로
자최를 감추다
한 줄 치고
줄바꾸기
또 한 줄 치고
또 줄바꾸기
아무리
페이지를 메꿔도
끝물 매미가 터져라 메꾸어대는
저 소리에 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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