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서울 사람들은 압구정으로 가고
촌사람은 밭에 간다
찬바람 실실 불면 호박은 각성을 한다
푸른 촉수를 뻗어 잎을 내놓고 마디마다 호박을 달아댄다
서둘러 맺고 서둘러 키우고 서둘러 익혀서 씨를 만들어야지 영차!
세상 어느 구석에 박혀 있더라도 호박잎에 된장 끼얹어 볼따구니 미어지게
쌈 싸먹는 맛을 잊지 않았다면 그는 한국인이다.
넘어가는 빛이 부엌 쪽창으로 들어와 찜냄비에 차곡차곡 얹어진 호박잎 우에 아낌없이 떨어진다
호박잎은 젤 앞부분에서 뒤쪽으로 이파리에 윤기가 짜르르 흐르고 솜털이 보송보송한걸 따면 부드럽다. 한 줄기 털어봐야 그런 잎은 서너장 나오면 밑천 떨어진다.
호박잎 쪄내는 동안 된장을 끓인다.
호박에 매운고추, 파와 양파에 마늘 듬뿍 넣고 된장 노르리한거 두어 숟갈 장꽝에 가서 떠와 풀어 넣고 부글부글 끓인다. 두부도 큼지막하게 썰어넣어 신나게 끓인다.
반찬 몇 가지 없어도 호박잎 손바닥에 쳐억 펴놓고 쌈장 조금, 된장 조금, 열무 삶아 무친 나물 조금..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얹어도 한 쌈싸면 볼따구 미어진다.
고스방 눈 돌아가게 싸먹는거 찍었다가 혼나고 필름을 빼앗기는 대신 삭제하라는 요구에 찍소리 못하고 <삭제>를 누르다. 표정 한 번 쥑이는데....
리차드 기어님 이거 디게 드시고 싶을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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