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초장 언덕이 아니라도 고향 마을 초입에 오래된 소나무가 있어 걸음 걸음 한 바가지씩 그늘을 묻혀 준다면, 그 사람 눈에 흙 들어가기 전 차마 고향을 잊을리야.
길 우에 드리워진 나무가지의 품성이 어떤가를 하염없이 고개 숙여 걸어가도 그림자로 하늘의 일렁임을 알려주는 고향의 길. 그 친숙한 길 옆에 나는 앉는다.
<난곡리 유물 전시관>
유물이래야 하나에 기천만원씩하는 도자기도 아니고, 날렵하게 붓꼬리를 호리며 쓴 명필의 글씨도 아니다. 녹슨 울타리 안에 켜켜 먼지가 쌓이고, 저절로 바람에 먼지가 날리며 오손도손 어깨를 곁고 기대 앉은 것들은 우리의 옛 호흡들이다.
날라르미 살강 우에 얹혀서 여편네의 손길을 오롯 받아내고 먹거리를 담아내던 옹기종기 작은 것들이 정겹게 앉아 있다. 대두 말통, 화로, 항아리, 대소쿠리, 흰 천을 풀먹여 댓번을 기워낸 당새기, 놋술잔에 놋 양재기, 주발에 대접 ..지난했던 삶을 잿깨미로 닦아 비춰보던 새댁의 얼굴을 지금은 볼 수 없음이여.
쌀 뒤주에 한 끼분량의 쌀을 퍼주며 시에미는 며누리 밥쌀을 깎았다. 식구들이 먹다 남겨 주면 끼니를 떼우고 그렇지 않으면 굶었던 시절도 있었다고 시고모님은 골백번도 더 이야기하신다.
농경사회였던 우리네 생활에 어디를 가든 볼 수 있었던 연자방아와 디딜방아.
낯선 땅 러시아의 어느 구석에도 우리의 조상이 머무른 곳은 어김없이 연자방아가 있었다
맞닿아 돌던 연자돌들이 뿔뿔이 흩어져 땅 속에 박혔고, 그 돌들을 힘차게 돌리며 삶을 이어가던 우리 선조들의 끈질긴 모습들은 이제 먼먼 기억들이 되고 말았다.
......ing (점심 먹고 와서..헤헤)
가마니틀과 똥장군, 멍석..
탈곡기
다리끼, 종다리끼..
풍구와 소쿠리, 채반들.
봉새기
쇠죽 구시통..
조그마한 전시실 안은 바닥이 그대로 드러나지만, 척박한 저것이 우리네 삶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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