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고 맑은 아침
뉘집 감나무 가지 끝에서 까치가 운다
반가운 손님이래도 오실래나
살짝 언 홍시를 손질하여 쟁반에다
받쳐두고
기별을 기다린다
쪽창으로 내다뵈는 하늘은
하도 푸르고 맑아서
날 버리고 떠난 옛날 그 님조차 용서하고파
자꾸 어려오는 물기를 뿌리치며
마음을 쓸어내리는데
열어 놓은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와
창가에 걸어 놓은
두루마리 휴지의 가벼운 몸을 흔들며
따뜻한 방 안 공기와 보이지 않는 몸을 섞네
발목으로 내려 앉는 찬 공기
안으려 몸부림
칠수록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고
혼자의 몸부림은 더 낮은 곳으로 내려 앉는다
뭐...이런 씨잘대기 없는 소리나 해
쌈씨롱
털커덕, 세탁기 멈추는 소리에 깜짝 놀라
얌전히 비릉빡에 세워져 있던 빨래 너는 것을 펴서
식구들의 온기가 빠져나간
세탁물을 넌다
암탉이 알을 놓았는가 꼬꾸댁거린다
이렇게
맑고 시린 아침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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