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말에 이런저런 연애프로그램을 많이 보내주잖아요
고스방 밥 먹고 나면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좀 오래 봐요
그 때 스방 눈치를 살살 보면 그날 하루 일진이 어땠는지 대번에 나와요
하루종일 벌이도 션찮고 시덥잖으면 강호동이 나와서 아무리 궁뎅이 흔들고 웃겨도
이마빡 가운데 내천자를 쫘악 세줄 그어서는 입을 꾹 다물고 웃지도 않에요
그런 날 아이들이 왔다갔다하면서 티비 화면을 가리면 인상 더 구겨서는 괌질러요
"이 새끼들 가마이 좀 몬 앉았어!"
혼비백산...아이들은 고만 비실비실 일어나 제 방으로 들어가요
나도 수그리! 옆에 앉았다가는 궁뎅이 실실 뒤로 물렸다가 내 방으로 쏙 들어가요
너른 마루에 혼자 앉아 주리를 틀며 티비를 줄기차게 봅니다.
맨날 그렇게 인상 쓰는게 아니구 기분 좋을 때도 있어요
날아가는 새의 짬지를 본 것도 아닌데 어찌어찌 기분 좋은 날은 티비보면서 웃음보가 터져요
저리 웃고 살면 좋을낀데 와 인상을 쓰는지...이런 생각 들지만
사람 산다는게 하냥 히히호호 좋은 일만 있는게 아닝께.
그런 날은 우리도 기분이 밝아져서 옹기종기 고스방 옆에 앉아서 이야기도 잘 해요
연애인들 춤추는 것 보고 침을 질질 흘리고
노래가 나오면 따라부르기도 하면서
나는 고스방 다리 사이에 어깨를 밀고 디다 앉아요
이야기 할게 있으면 뒤돌아보면서 생끗생끗 웃으면 고스방도 좋은가 히히 해요
며칠 뒤에 할 일이 있을 때, 이런 기회를 잡아서 실몃 이야기하면 허락이 잘 떨어져요
(속으로는 내가 꼭 이래야하나 싶어 배알이 틀리지만 집구석 조용하게 할려면 어쩔 수 없어요)
"여보, 내년에는 우리 싸우지 말고 재미있게 살아요" 하고 내가 넌즈시 말했더니
"우리처럼 사는 사람이 어딧다고, 이렇게 재미있게 살믄 되었지 이 보다 재미있을라구!"
끙....앓느니 죽지.
고스방은 자기가 사는 일이 자신만만한 모양입니다 헐..
입, 꾸~~~~~~~~~~~~~~~~욱 다물어요 나는..ㅎㅎㅎㅎ
2
2006년 일기장이예요
컴에다 맨날 두둘기면서 손으로 말라꼬 쓰느냐고요?
심심해서. ㅎㅎㅎ
작년에 경주 건천사는 친구가 인사동가니까 한지로 묶어 놓은 공책이 있더래요
내 생각나서 샀다며 소포로 부쳐왔습디다.
사용 안하고 잘 보관해 두려했는데 가마이 생각하니 거기에 일기를 써서 잘 보관해도 괘안을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1월 1일에 붓을 들어(공책 분위기상..) 일기장에 제목을 써 넣습니다.
병술년 일기장 (이천육년)
이렇게 다 써놨는데 고스방이 들어와요
"여편네 뭐해?"
궁금한것도 많아요
"응..일기장 만들고 있어요"
붓을 보더니 눈을 반짝하는 고스방.
"붓 일루 줘봐"
"말라꼬요?"
"글쎄 줘 보라니까?"
먹을 묻힌 고스방. 내가 분명 괄호쳐서 이천육년이라고 써놨는데
그 빝에다 숫자로 2006을 쓴다는게 ㅎㅎㅎ
사람이 대범할 때는 간이 난닝구 밖에 나올 정도이지만, 소심할려면 또 한 없이 소심해 지는게 사람이라.
오랜만에 붓을 잡고 먹물을 찍으니 고스방 쫌 떨렸던개비여
2006을 써야하는데 260...을 쓰는겨
이런...이천 육을 써야지 이천육백을 쓰면 어떡해욧
움찔 놀랜 고스방...넘의 일기장 첫 페이지를 다 조져놓았세요
아, 틀렸으면 고만 말면 좀 좋아
기어이 병술년 써 놓은 밑에다 2006년이라고 낑가 넣어요
얼라 같으면 한 방 쥐어박기나 하지.
하여간 고스방..그렇게 써놓고는 일기장을 들어 먼 곳에 갖다놓고 붓글씨 감상하듯 바라봐요
보나마나 이상하지뭐. 가마이 내 쓴대로 놔뒀으면 이쁘잖여?
그렇게 미운 짓을 해도 고스방 짜드라....밉지는 않아요
일기장이라고 내가 오만 이야기 다 써서 방바닥에 놓아두어도 그거 들춰보지 않습니다.
그런게 좋은거지요
하여간 나는 컴에다, 종이에다 미주알고주알 일상을 써재끼며 일년을 살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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