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음 햇살이 좋은 날 들판에는
풀씨가 날아 다니느라 하늘이 뽀예요
나폴대용의 망또처럼 날개를 펄럭이며 씨앗들은
새로운 땅으로 이주를 하는데요
씨앗 주머니가 보면 볼 수록 희안해요
씨앗이야 기실 지난 늦가을 서리 내릴 때 다 영글었지만
씨앗 주머니가 겨우내 입을 벌리지 않아요
까불대는 씨앗이 시절도 모르고 날아가
엄동설한에 싹도 못 틔우고 얼어 죽는다고
죽으라고 입을 꼭 다물고 있어요
그러다 봄기운이 덮치고
바람이 불면
어금니 으스러지게 물고 있던 입을
딱, 소리나게 열어놓습니다
'씨앗, 너희들은 이제 자유야
높이 높이 날아라 네 꿈이
하늘에 닿도록...'
전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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