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아침에 어딜 간다고 아들놈에게 빨래를 좀 널라고 하고
급히 갔다와서 빨래줄을 들여다 보니
브레지어 두어개를 저렇게 널어놨다
그냥 세로로 걸쳐 면적 좁게 널어 놓으면 되는 것을
80A짜리 산봉오리를 네개나 만들어서
행여 떨어질까봐 두 줄에 걸쳐 얌전하게 널어놨다
생전 이런 일은 안 시켰으니 놈이 이걸 잘 안 보이게 널리도 만무하지만
그래도 좀 모양새 좋게 널어주면 얼마나 좋은가
옛날 우리는 백주대낮 팬티도 마당 가운데 빨래줄에 널지 못해서
우리 엄마는 그 위에다 손수건 같은 것을 같이 찝어서 널었었다
허기사 요새는
세면장에다 생리대를 소, 중, 오버나이트까지 구색맞춰 넣어두고
쓰는 세상이니, 옛날 그거 하나 갈라면 남모르게 호주머니에 생리대 하나 넣어와서
아주 순식간에 갈아치우던 때와는 다르겠지만.
자꾸 옛날 옛날하면
낯살 몇살 되지 않는게 나이든 척 한다고 지청구하겠지만
참...세상은 놀랄만한 속도로 변해간다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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