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나도 속상혀..어쩔래

황금횃대 2004. 4. 12. 18:26
사람이 살아가믄서 나이 묵고 하면 좀 마음이 너그러워져야 하는데
갈수록 그게 안된다.
예전에는 대수롭지않게 이해를 하고 내 한몸 꿈적거리면 집안이 편하겠지 싶어서 그냥 넘어 간 일들이 이젠 꼬치꼬치 목구멍에 걸린다.
시월이라 옛날부터 상달이라하여 이 달은 무얼해도 탈이 없는 달이라고
햇곡식 거둬 들인 것으로 첫 방아를 찧어 처음 찧은 쌀로 떡을 하고 터줏대감과 성주동이에 쌀을 갈아 넣는다.
묵은 쌀은 일년 동안 우리 집안을 지켜주는 대감노릇을 얼마나 빡시게 하였는지 쌀은 누렇게 썩어있다.
그 쌀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고, 고사를 지내는 아침에 터줏대감 옷을 새 짚으로 싸악 새로 만들어 갈아 입히고 쌀도 새쌀을 넣는 것이다.
썩은 쌀은 큰물에 가서 살살 떠내려보낸다.
우리집은 특히나 운수업으로 밥 먹고 사는지라, 정월초이튿날과 시월초이렛날은 꼭 차 고사를 지낸다.

이런 관례적인 일들은 늘 하기 때문에 별 거부감이 없이 하루 수고하면 된다..하고 보내는데, 하루종일 음식장만하고 떡까지 집에서 하니 하루 고되기가 말도 못한다. 그 일을 작년까지는 동서랑 같이 했다
동서네도 맹 운전을 하기 때문에 차고사도 우리집에서 늘 어머님이 지내주었다.
근데 작년 후반부터는 동서가 직장에 나가는 바람에 그 많은 제사며 고사며 혼자서 하게 되었다. 그리고 올해는 시동생이 회사에 지입으로 출퇴근 버스까지 하게 되어서 그 차까지 같이 고사를 지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일년동안 동서하는 꼴이 하도 밉쌀시러워서 고만 어머님한테
"이제 그집 차 고사는 거기서 하라고 하세요"
기실 어머님이야 입으로 시키는 일 밖에 더하시나. 나는 고사며 이런 것을 별루 내키지 않아하기에 어머님 못하시면 저는 못합니다 하고 딱 못을 박았는데, 그눔의 회사버스 때문에 올해도 또 하게 된것이다.
어머님이 동서 들어오라하여 이야기 하신다고.
택시는 집에서 지내주는데 버스는 못한다고 이야기 하신다고 하길레 그렇게 믿고 있었더니, 동서 들어와 돈 삼만원 내 놓고는 같이 고만 하자고...그러니 어머님 또 거절을 못하고 그냥 올해만 지내주자고 이야기 하신다. 더러운 성질 있는대로 부려서 동서보고 한 소리 하고 싶지만, 올해만 그만 지내주자는 어머님의 간곡한 부탁이 있어서 인상 팍팍 쓰면서
안 좋은 내색을 하고 말았다.
그러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제사든 고사든 지성으로 지내야지 껄끄러운마음으로 지내면 아무 공력이 없다고 이리 말씀하신다.
그냥 듣고 말면 그 뿐인것을 그것도 마구 귀에 거슬린다.
어떻게 나한테만 그런 치성을 요구하고 막내동서에게는 입도 벙긋 못하시냐말이다.
속으로 동서가 나를 얼마나 등신같이 봤으면 지깟년이 나한테 이렇게 하나 싶어서 울컥 눈물이 나왔다
엎어지면 코 닿을데 살면서도 명절 전날도 몸살이라며 오후에 끼적끼적 꺼대오질 않나, 어머님 생신때는 아예 아침에도 오지 않아 아버님이 오라고 전화를 해서야 아이들하고 콧배기를 내 비친다.
시부모 생신인데도 빈손으로 탈래탈래 들어서는 꼴을 보니 도대체 부모를 뭘로 아나 싶기도하고. 시동생 생일이면 갈비며 고기며 사다가 갖다 주라고 어머님 나한테 시키시는데 생일날 뭘 저희들끼리 해먹고 치우는지 두어번 생일날 초대하여 아침같이 먹더니 그 뒤로는 콩 궈워먹은 자리다.
나도 올해 남편 생일에 부르지 않으려고 하다가 그래도 싶어서 전화를 했더니 시동생과 아이들만 와서 아침을 먹고 갔다.
씨이팔, 욕이 지절로 나온다.
그러면서도 우리집에 와서는 저희 친정 올케 엄마한테 못한다고 씨부리 쌌더니..그게 제 얼굴에 침뱉는 일인지도 모르고.

여튼 얼굴 꼴도 보기 싫다.
내 마음이 강퍅해지는 것도 싫고 그걸 다스리지 못해 이렇게 주끼고 있는 나는 더더욱 싫다.

거기다 어제 아침에는 어머님이 혈압이 올라가셔서 병원 응급실로 갔다.
고스방은 나한테 눈을 흘기며 그 전날 고사 때문에 내가 한 말 때문에 혈압이 올라갔다고 인상을 꾸게고 난리다.
기실 따지자면 어찌 그 원인이 나 때문인가
밥먹고 나가는데 나는 어머님 토하신거 다 치우고 마당에 있는 차 세워 놓은데까지 정신 못차리시는 어머님 업고 나갔다.
자꾸 눈물이 나는 것이 ....어데다 이야기 할 곳도 없고
여기다 이렇게 털어 놓는다.

작은책에서 사는 이야기 원고써서 좀 보내달라고 편집장 전화가 왔는데 도무지 글 쓸 기분도 아니고 독촉은 해 쌌고...에이...세상이 뭐이래 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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