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이 황소가 뉘 황손고.

황금횃대 2004. 4. 12. 18:42
지난 시월 사일부터 육일까지 여기 영동에선 난계국악축제가 열렸다 난계 박연선생을 추모하고 국악을 대중화를 꾀한다는 취지 아래,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축제문화의 다양한 저변확대를 위해 여기 영동군에서 실시하는 난계국악축제

축제가 시작되기 전부터 영동천 마차다리 아래는 타지의 상인들이 물밀듯 들어와 불야성을 이루며 야시장이 형성되었고, 마차다리 아래는 이동색 놀이기구까지 설치가 되어 촌에 사는 사람들의 눈과 귀가 잠시 멍멍하게 되기도 하였으니.

별다른 구경거리가 없는고로, 포도수확이 끝나고 군민위안차원에서 치뤄지는 이 행사에는 난계국악단원의 국악공연도 있고, 다리 아래는 큰 텐트가 쳐지고 국악기 전시와 그것을 실제 만져보고 연주도 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올해는 영동군의 포도농사가 짖은 비로 인하여 쪼다리를 만나는 바람에 규모가 많이 축소된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람들 발길이 닿는 곳은 너나 없이 장사꾼들이 넘쳐나고, 길 한가운데서 쇠꼬챙이에 끼여 돼지 반쪽이 숯불위에서 돌아가며 지글지글 굽히는 바베큐 풍경은 일년에 딱 한 번 이 축제 때 볼수 있는 풍경이다.

축제가 시작 되기 전인 3일 오후부터 씨름대회가 열렸다. 여기에 나의 시동생인 고운백 선수가 참가를 하여 개인전에서 빛나는 우승을 하였으니, 맨날 내하고 포도따고 시커먼 작업복입고 콘티 박스 나르던 사람이 웃통 화악 벗어 재끼고 차례차레 난다긴다는 젊은 놈들을 엎어치고 메치고 하면서 결승에서 일등을 하였으니.



그날 우리는 시동생이 씨름대회에 참가를 하는지도 모르고 시누이형님이 오셔서 모두 매곡에 가서 오리탕을 먹으며 그냥 오랜만에 만난 안부만 묻고 있었던게다.
그런데 다행인 것은 천안에서 내 아는 후배 부부도 그날 놀러를 와서 온 김에 저녁 먹고 영동천변에 야시장이나 구경가자 하여 나 혼자 그들과 같이 길을 나섰던 것인데 씨름장 주변에 얼쩡거리다 보니 울 시동생이 웃통을 벗고 빨간 운동 팬티를 입고 앉아서는 시합 순서를 기다리는 것이다.

한 때 잘 나갈 때는 일백팔킬로그램에 육박하던 울 시동생. 초등학교 운동회 때 사백미터 달리기 시합에 나가면 마흔이 훌쩍넘은 나이에 그 몸무게를 하고도 비호같이 뛰어서 면민사람들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들기는 했어도, 이렇게 씨름선수로 간다는 소리만 들었지 한 번도 제대로 응원을 하거나 구경을 해 본적이 없었다. 같이 간 후배네 식구들과 나는 선수를 발견하고는 젤 앞으로 삐집고 들어가 마구 소리를 지르며 응원을 하였는데, 텔레비전에서 씨름중계하면 뭐 시덥잖게 보면서 채녈을 홱 돌려 버렸는데 막상 우리 식구가 선수로 나가 시합을 한다니 씨름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얼마나 고함을 지르며 박수를 치며 발을 동당거리며 씨름을 봤는지 고만 목이 다 쉴 지경에 이르렀다. 드디어 결승전.

울 시동생이 상대편 선수를 들어 올려 패대기를 칠 때 우리는 씨름장 주변에 매여있던 송아지를 보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넌 이제 우리 식구여~'

불꽃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폭죽이 여기저기서 터지고 황소를 기증한 재일동포 사업가가 나와서 내년에는 두 마리의 소를 기증하겠다는 말에 나는 또한번 의미 심장한 미소를 지었으니...



"그 황소 내년에는 두 마리다 우리꺼닷!'

아시지요? 제가 황간면민 체육대회에 씨름선수로 단체전 출전해서 마산리를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사실...허기사 몇년전 일이기는 하지만서도.



씨름도 자꾸 해보면 요령이 늘어요. 여자들은 별다른 기술 없이 그냥 힘으로 들어 올리려고만 하는데 울 시동생한테 나중에 기술 몇가지 전수 받아서 시합에 나가면 이길 것 같은 예감이 들거등요 헐..

여차저차 시동생이 탄 황소 한 마리 차에 태워가지고 와서 서둘러 외양간 고치고 문짝 해 달고 해서 근사한 황소집 한 칸을 마련해 주었지요

낯설고 물이 선지 송아지는 이틀을 음매 음매 울어 쌌더니 드디어 내가 살곳이 이곳인갑다 적응이 되는지 요즘은 밤이 되어도 조용하다.

올해같은 숭년(흉년) 황소 한 마리가 어데고 안그려요?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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