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마 글 써서 밥 먹을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기에
이 좋은 가을이 뭉텅뭉텅 베어져 나가는데도 별 몸살이 없다
허기사 그 좋은 몸살이란것도 글 몸살이고 보면 얼마나 사치인가
어젯밤 아무리 뒤척여도 편한한 구석을 내 놓지 않는 허리에
결국은 침을 꽂으러 동네 한의원으로 갔다
아침나절, 앉아서 아무리 궁리를 해도 이 놈의 허리가 풀리지 않는 것이다.
따사로운 가을볕이 바람과 섞여서 도로 위로 내리쬐이고
눈부심만 막아 보고져 손을 들어 손바닥 차양을 이마에 만들고 걸어가는데, 몸이란게 왜그리 천근만근인지..
세상의 풍경은 벼들로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것들이 열매를 맺기 위해
제 몸의 수분을 말려가는데, 나만 혼자 기진한 몸을 끌고 힘없이 걷고 있다.
한의원 좁은 현관을 들어서니, 시골 구석구석에서 농사짓던 할머니들이
굽고 여윈 허리가, 혹은 퉁퉁부은 다리가 일찌감히 대기실 의자에 도착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외진 구석에 텔레비전 혼자 노현희의 집안을 구경시키느라 부지런히 카메라 렌즈가 돌아가는데, 저기 꿈같은 집구석은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 곳인가 하얗고 정갈하고 안온하고.....순간 눈에 눈물이 핑돈다.
그 와중에도 도토리 꿀밤 주은 것이 몇말이나 된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매매를 주선하면서 시골의 한의원 침침한 조명 아래는 희망이나 밝음 이딴 단어들과는 상관없을 생들이 구불구불 밭은 기침을 내어 놓는다.
무심코 텔레비전 밑에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꺼내든다
원택(圓澤)스님의 <성철스님 시봉기>란 책이다.
차례가 돌아올려면 아직도 한 시간 남짓 기다려야하나보다 책을 펴든다.
성철스님이 돌아가시던 날부터 써 나간 글이다
다비식의 풍경과 자신의 출가하게 된 사연등을 아무 꾸밈없이 써 놓았다.
일종 다큐멘터리로 써 놓았기에 차라리 생을 마감하는 큰스님의 담백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죽음을 읽는데도 눈물이 난다. 늙으니 느는 것은 지지리 궁상과 눈물뿐이던가.
책에 박고 있던 눈이 그렁그렁하니 고개는 더욱 앞으로 쏟아지고 붉은 눈에는 이제 속절없이 새어나온 눈물을 다시 눈물샘으로 집어 넣느라 나는 바쁘다.
세세한 깨달음이야 나는 알 수가 없고, 책을 한참 읽고 있는데 차례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가다.
허리에 침을 꽂고 초음파치료를 한다 따끼따끼 아픈 부위에 초음파가 와서 아픔을 건드린다. 건드리는 아픔이 더이상 감정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금니를 깨문다. 시간이 흐른다. 설핏 잠이 들었던가 꿈길에 들었던가 깜짝 놀라 깨니 간호사가 부스럭 커튼을 밀치고 들어온다.
양말을 벗고 다시 들어오란다.
거치른 발에 푸석한 발톱 다섯개 두쌍이 나온다.
한번도 위로를 던지지 못한 내 발을 내려다본다
검고, 가을바람 일어 허옇게 마른비늘이 일기시작한다.
일회용 주사기를 꺼내서 나쁜피를 뽑는다고 발등을 찌른다 검은피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내친김에 한약 한재 짓다.
그것이 병을 낫게야 하겠냐마는, 쓸쓸하고 가련한 내 마음에 설운 구석은 치료해 주지 싶어서.
상순
이 좋은 가을이 뭉텅뭉텅 베어져 나가는데도 별 몸살이 없다
허기사 그 좋은 몸살이란것도 글 몸살이고 보면 얼마나 사치인가
어젯밤 아무리 뒤척여도 편한한 구석을 내 놓지 않는 허리에
결국은 침을 꽂으러 동네 한의원으로 갔다
아침나절, 앉아서 아무리 궁리를 해도 이 놈의 허리가 풀리지 않는 것이다.
따사로운 가을볕이 바람과 섞여서 도로 위로 내리쬐이고
눈부심만 막아 보고져 손을 들어 손바닥 차양을 이마에 만들고 걸어가는데, 몸이란게 왜그리 천근만근인지..
세상의 풍경은 벼들로부터 시작해서 갖가지 것들이 열매를 맺기 위해
제 몸의 수분을 말려가는데, 나만 혼자 기진한 몸을 끌고 힘없이 걷고 있다.
한의원 좁은 현관을 들어서니, 시골 구석구석에서 농사짓던 할머니들이
굽고 여윈 허리가, 혹은 퉁퉁부은 다리가 일찌감히 대기실 의자에 도착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외진 구석에 텔레비전 혼자 노현희의 집안을 구경시키느라 부지런히 카메라 렌즈가 돌아가는데, 저기 꿈같은 집구석은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 곳인가 하얗고 정갈하고 안온하고.....순간 눈에 눈물이 핑돈다.
그 와중에도 도토리 꿀밤 주은 것이 몇말이나 된다며 서로가 서로에게 매매를 주선하면서 시골의 한의원 침침한 조명 아래는 희망이나 밝음 이딴 단어들과는 상관없을 생들이 구불구불 밭은 기침을 내어 놓는다.
무심코 텔레비전 밑에 책꽂이에서 책을 한 권 꺼내든다
원택(圓澤)스님의 <성철스님 시봉기>란 책이다.
차례가 돌아올려면 아직도 한 시간 남짓 기다려야하나보다 책을 펴든다.
성철스님이 돌아가시던 날부터 써 나간 글이다
다비식의 풍경과 자신의 출가하게 된 사연등을 아무 꾸밈없이 써 놓았다.
일종 다큐멘터리로 써 놓았기에 차라리 생을 마감하는 큰스님의 담백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죽음을 읽는데도 눈물이 난다. 늙으니 느는 것은 지지리 궁상과 눈물뿐이던가.
책에 박고 있던 눈이 그렁그렁하니 고개는 더욱 앞으로 쏟아지고 붉은 눈에는 이제 속절없이 새어나온 눈물을 다시 눈물샘으로 집어 넣느라 나는 바쁘다.
세세한 깨달음이야 나는 알 수가 없고, 책을 한참 읽고 있는데 차례가 되어 진료실로 들어가다.
허리에 침을 꽂고 초음파치료를 한다 따끼따끼 아픈 부위에 초음파가 와서 아픔을 건드린다. 건드리는 아픔이 더이상 감정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금니를 깨문다. 시간이 흐른다. 설핏 잠이 들었던가 꿈길에 들었던가 깜짝 놀라 깨니 간호사가 부스럭 커튼을 밀치고 들어온다.
양말을 벗고 다시 들어오란다.
거치른 발에 푸석한 발톱 다섯개 두쌍이 나온다.
한번도 위로를 던지지 못한 내 발을 내려다본다
검고, 가을바람 일어 허옇게 마른비늘이 일기시작한다.
일회용 주사기를 꺼내서 나쁜피를 뽑는다고 발등을 찌른다 검은피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내친김에 한약 한재 짓다.
그것이 병을 낫게야 하겠냐마는, 쓸쓸하고 가련한 내 마음에 설운 구석은 치료해 주지 싶어서.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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