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준비물
길 떠나기 전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에 준비를 하지. 그것이 걸음을 도와 종일 피로치 않는 안락을 제공할 신발부터 첫손가락에 꼽아보는 준비물이든, 아니면 계절의 중간집계에 어울릴 옷가지를 이것 저것 챙겨본다든지, 그도 저도 아니면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귀에 꽂아 세상의 소리와는 또 다른, 귓구멍 최근접지점에서 원색으로 쏘아질 음악을 들을 리시버를 준비하는 일....그것 외에도 많다. 그러나 나는 마음이 몸을 끌어 움직일 첫 새벽 제삿상을 준비한다. <소리없이 강하다> 이런 문구는 鐵의 공장에서 내건 광고문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뒤집게와 한번의 부딪히는 소리없이 후라이팬에서 지져내는 부침개의 양은 <많다>는 단어를 떠올리기보다 강하다는 의미가 와닿는다. 도대체 죽은 조상의 기일이 첫 새벽의 달구새끼 초성보다 먼저 일어나 사람을 움직이게 하다니.
그렇게, 소리없이 강한 것들이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며 대나무채반에 <강>하게 자리를 잡아간다.
차곡히 담긴 가지각색의 한 채반 부침개가 무슨 힘을 발휘하느냐고?
2.기억도 없는 날씨
며칠째 날씨는 꾸물꾸물하였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라는 주문을 걸었지만, 비가 온 뒤에도 여전히 날씨는 온화하였고,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 칠순은 가뿐히 넘어뵈는 할아버지와 가지런히 앉아 눈길을 바깥으로 준다.
낮으막히 도란도란 둘러 앉은 산천의 모양새는 얼마나 정겨운가. 푸른 색의 도포를 벗어 던지고 노릿노릿 부침개의 앞뒷면 같이 알맞게 익은 색깔의 새옷을 갈아 입고 기차 안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웃들의 일상처럼 집들도 나무도 둥글게 말아 놓은 들판의 볏단도 그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내 눈 안으로 말을 건네온다. 풍경이 걸어오는 일별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려도 주고,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하고, 펄럭거리는 몸짓에 가늘게 손짓을 보내기도 한다.
3.인사동
지하의 미로에서 헤맨 끝, 간신히 출구를 찾아 나온 하늘에는 바람의 결을 따라 나뭇잎들이 둥근 원을 그리며 휘몰아치고 있다. 이미 공중을 두어번 휘젓고 낙하한 나뭇잎들은 길들을 덮으며 종종걸음을 치는 발걸음 아래 납작하게 엎어져있다. 낙엽화석 만들기 놀이를 하나보다 차들도 사람들도 낙엽을 단단히 밟아 아스팔트가 낙엽을 영원히 기억하길 기원하며 제 발걸음의 무게를 눌러 놓는다. 이미 습기를 놓아버린 몰골이지만 포개지고 포개지면 압축된 한 형상을 내어놓으리라 그들은 어금니 불끈 깨물었더랬지.
4.꾸러미를 만들어봐요
한 꾸러미의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다, 한 꾸러미의 사람들은 마신다. 또 다른 꾸러미는 잠든 척하였다. 꾸러미랄 것도 없는 두 사람은 무릎을 세우고 이야기를 한다.
가끔 그런 생각하지요 이 아줌씨도 풍경으로 사물을 보는구나. 하늘 아래 나처럼 ..골격...이미지 배열...글이란 말이예요....이미 글의 소재와 문장은 바깥에 완성되어 널려 있어요. 내가 의미를 주어 문장을 만들면 실패라요. 천지간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알맞게 가져와 배열하는 것....맥주 한 잔 하세요 목마르다. 한계....기형도...처음 시집은 우울했지요. 아마 본인도 그렇게 느꼈을겁니다. 그렇지만 그가 일찍 죽은 것은 아까와요...(나는 그의 시는 잘 몰래요 글치만 시를 읽다보면 거 뭐랠까 행간과 행간이 주는 읽게하는 힘은 느껴져요. 뜻은 잘 모르지만..횡설수설 속으로만 생각하지 뭐...나는 늘 그려...히..) 2%만 극복해보자....예...맞어요....처음 문장을 시작할 때 있잖아요. 그 첫 단어의 모가지에 내건 메시지를 글이 끝나는 마지막 마침표까지 힘있게 가지고 가고 싶은데 그게 안되요....완전한건 없지요. 맞어요...휴...맥주 한잔 더 하세요. 이구 조금만 마셔야하는데......밤은 배다리 저수지 잔잔한 수면 위에 차갑게 차갑게 내려앉는다.
추신: 아, 김수영도 이야기 했군요 그지요
5.그의 슬픔은 눈 안에 가득하다
菊酒로 동공을 가득 채운 그의 눈은 아침이 와도 여전히 슬펐다
아침은 창문 아래 다가와 콜록콜록 잔기침을 하는데, 그는 그제서야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잠이 들었다.
잠든척 하던 사람들이 깨어나고, 깨어있던 사람들이 잠든척 하러 가는 사이 나는 양치질을 하고 몸빼바지를 벗어 돌돌말아 가방에 넣고 뚱뚱부은 눈꺼풀을 바짝 말아 올리며 그녀가 특별히 만든 이름표를 꼭꼭 챙겨 가방을 닫는다.
붉은 딸기의 눈시울도 어제의 낙엽처럼 바짝 말랐고, 나는 가끔 이름표를 거풍시키기 위해 가방을 꾸리고 길을 떠날것이다.
6.배다리 저수지
달구새끼가 아침을 깨우는 우리집과는 달리, 산지촌은 배다리 저수지 논병아리가 아침을 깨운다.
청소도 안하고 내빼는 내 뒤를 따라 필름 안들어간다고 사진을 팔백장이나 찍어댄
<니팔뚝굵따> 그런 이름의 사내와 핸드폰 번호가 하나밖에 없어 <지지리못사는> 그런 이름의 사내, 나만 보면 사랑한다고 열열히 고백하는 <인간이왜그래>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 종종걸음으로 따른다. 모두..날 보고 잘 가라고 한다. 그려!
7.어금니 불끈 깨물었더랬지
차창을 환히 비추는 해님에게 이렇게 다짐했지. 그래 다시 시작해보자 꾸러미를 만들던 미친년처럼 중얼거리던 따뜻하게 다시 시작해보자. 어금니 불끈 깨물었더랬지.
상순
길 떠나기 전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에 준비를 하지. 그것이 걸음을 도와 종일 피로치 않는 안락을 제공할 신발부터 첫손가락에 꼽아보는 준비물이든, 아니면 계절의 중간집계에 어울릴 옷가지를 이것 저것 챙겨본다든지, 그도 저도 아니면 대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귀에 꽂아 세상의 소리와는 또 다른, 귓구멍 최근접지점에서 원색으로 쏘아질 음악을 들을 리시버를 준비하는 일....그것 외에도 많다. 그러나 나는 마음이 몸을 끌어 움직일 첫 새벽 제삿상을 준비한다. <소리없이 강하다> 이런 문구는 鐵의 공장에서 내건 광고문구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뒤집게와 한번의 부딪히는 소리없이 후라이팬에서 지져내는 부침개의 양은 <많다>는 단어를 떠올리기보다 강하다는 의미가 와닿는다. 도대체 죽은 조상의 기일이 첫 새벽의 달구새끼 초성보다 먼저 일어나 사람을 움직이게 하다니.
그렇게, 소리없이 강한 것들이 고소한 기름 냄새를 풍기며 대나무채반에 <강>하게 자리를 잡아간다.
차곡히 담긴 가지각색의 한 채반 부침개가 무슨 힘을 발휘하느냐고?
2.기억도 없는 날씨
며칠째 날씨는 꾸물꾸물하였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라는 주문을 걸었지만, 비가 온 뒤에도 여전히 날씨는 온화하였고,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 칠순은 가뿐히 넘어뵈는 할아버지와 가지런히 앉아 눈길을 바깥으로 준다.
낮으막히 도란도란 둘러 앉은 산천의 모양새는 얼마나 정겨운가. 푸른 색의 도포를 벗어 던지고 노릿노릿 부침개의 앞뒷면 같이 알맞게 익은 색깔의 새옷을 갈아 입고 기차 안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는 이웃들의 일상처럼 집들도 나무도 둥글게 말아 놓은 들판의 볏단도 그저 있어야 할 자리에서 내 눈 안으로 말을 건네온다. 풍경이 걸어오는 일별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려도 주고, 귀를 쫑긋 세우기도 하고, 펄럭거리는 몸짓에 가늘게 손짓을 보내기도 한다.
3.인사동
지하의 미로에서 헤맨 끝, 간신히 출구를 찾아 나온 하늘에는 바람의 결을 따라 나뭇잎들이 둥근 원을 그리며 휘몰아치고 있다. 이미 공중을 두어번 휘젓고 낙하한 나뭇잎들은 길들을 덮으며 종종걸음을 치는 발걸음 아래 납작하게 엎어져있다. 낙엽화석 만들기 놀이를 하나보다 차들도 사람들도 낙엽을 단단히 밟아 아스팔트가 낙엽을 영원히 기억하길 기원하며 제 발걸음의 무게를 눌러 놓는다. 이미 습기를 놓아버린 몰골이지만 포개지고 포개지면 압축된 한 형상을 내어놓으리라 그들은 어금니 불끈 깨물었더랬지.
4.꾸러미를 만들어봐요
한 꾸러미의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다, 한 꾸러미의 사람들은 마신다. 또 다른 꾸러미는 잠든 척하였다. 꾸러미랄 것도 없는 두 사람은 무릎을 세우고 이야기를 한다.
가끔 그런 생각하지요 이 아줌씨도 풍경으로 사물을 보는구나. 하늘 아래 나처럼 ..골격...이미지 배열...글이란 말이예요....이미 글의 소재와 문장은 바깥에 완성되어 널려 있어요. 내가 의미를 주어 문장을 만들면 실패라요. 천지간에 흩어져 있는 것들을 알맞게 가져와 배열하는 것....맥주 한 잔 하세요 목마르다. 한계....기형도...처음 시집은 우울했지요. 아마 본인도 그렇게 느꼈을겁니다. 그렇지만 그가 일찍 죽은 것은 아까와요...(나는 그의 시는 잘 몰래요 글치만 시를 읽다보면 거 뭐랠까 행간과 행간이 주는 읽게하는 힘은 느껴져요. 뜻은 잘 모르지만..횡설수설 속으로만 생각하지 뭐...나는 늘 그려...히..) 2%만 극복해보자....예...맞어요....처음 문장을 시작할 때 있잖아요. 그 첫 단어의 모가지에 내건 메시지를 글이 끝나는 마지막 마침표까지 힘있게 가지고 가고 싶은데 그게 안되요....완전한건 없지요. 맞어요...휴...맥주 한잔 더 하세요. 이구 조금만 마셔야하는데......밤은 배다리 저수지 잔잔한 수면 위에 차갑게 차갑게 내려앉는다.
추신: 아, 김수영도 이야기 했군요 그지요
5.그의 슬픔은 눈 안에 가득하다
菊酒로 동공을 가득 채운 그의 눈은 아침이 와도 여전히 슬펐다
아침은 창문 아래 다가와 콜록콜록 잔기침을 하는데, 그는 그제서야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잠이 들었다.
잠든척 하던 사람들이 깨어나고, 깨어있던 사람들이 잠든척 하러 가는 사이 나는 양치질을 하고 몸빼바지를 벗어 돌돌말아 가방에 넣고 뚱뚱부은 눈꺼풀을 바짝 말아 올리며 그녀가 특별히 만든 이름표를 꼭꼭 챙겨 가방을 닫는다.
붉은 딸기의 눈시울도 어제의 낙엽처럼 바짝 말랐고, 나는 가끔 이름표를 거풍시키기 위해 가방을 꾸리고 길을 떠날것이다.
6.배다리 저수지
달구새끼가 아침을 깨우는 우리집과는 달리, 산지촌은 배다리 저수지 논병아리가 아침을 깨운다.
청소도 안하고 내빼는 내 뒤를 따라 필름 안들어간다고 사진을 팔백장이나 찍어댄
<니팔뚝굵따> 그런 이름의 사내와 핸드폰 번호가 하나밖에 없어 <지지리못사는> 그런 이름의 사내, 나만 보면 사랑한다고 열열히 고백하는 <인간이왜그래>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 종종걸음으로 따른다. 모두..날 보고 잘 가라고 한다. 그려!
7.어금니 불끈 깨물었더랬지
차창을 환히 비추는 해님에게 이렇게 다짐했지. 그래 다시 시작해보자 꾸러미를 만들던 미친년처럼 중얼거리던 따뜻하게 다시 시작해보자. 어금니 불끈 깨물었더랬지.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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