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동맹 상순이

가랑잎 타박타박....

황금횃대 2004. 4. 12. 18:08
내 고무줄 놀이를 참 잘했더랬지. 낮은 학교 담벼락 밑으로 슬금슬금 땅거미가 내려 올즈음, 붉디 붉은 칸나가 늦은 낮잠을 잠시 조으는 사이 우리는 플라타나스 나무 아래 가방을 모아놓았더랬지.얼룩덜룩 플라타나스 나무 겉껍질이 아무렇지도 않는 시절이였지. 운동화가 닳는다고 신발을 벗어놓고 고무줄 놀이를 했지. 가랑잎 타박타박 엄마 무덤 찾아서 엄마엄마 불러봐도 대답이 없어 그리운 내고향을 찾아갑니다."
뭐 이런 가락의 슬프디 슬픈 가랑잎 주제가에 맞춰 가볍고도 가벼운 몸을 땅에서 떼어놓고, 그러다가 가뿐히 내려앉아 다시 하늘로 나비처럼 고무줄을 뛰어 넘었더랬지

그 땐 생이 가벼웠어. 해 지면 타박타박 가랑잎처럼 걸어가 반겨줄 집이 있다는 것이 아무 이유도 필요없는 위로였더랬지. 때 되면 거칠은 푸성귀의 밥상이 들어오고 젊은 엄마의 감아부친 치마꼬리가 스르륵 방바닥에 내려앉아 양말 뒤꿈치를 깁는 풍경이 백열등 알전구의 붉은 기운 아래 오롯할 때
옥양목 풀먹인 홑청을 덮어 주면 네개의 작은 머리들이 세상의 평화를 눈꺼풀에 실어 얹고 꿈을 키우는 시간, 어머니의 앉은뱅이 그림자는 자꾸만 낮아져서 낮아져서......



꿈은 어머니의 낮아지는 그림자로 크는게지 소록소록....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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