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자알 묵고 난 뒤 고스방이 끄아악~ 트림을 하고 난 뒤
텔레비전을 보다가 뭔 이야기 끝에 보리밭 이야기를 한다.
-옛날에 우리도 보리양석 농사 지었재마
아이들 공부 이야기 하다보면 꼭 이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그 먼 부개동에 보리농사 지으면서르 공부했지를
-학교 갔다오면 꼴망태 울러매고 꼴 두망태씩 베어놔야 놀러 나갔지
-새북으로는 소죽 한 솥 끼리놔야 아츰 먹고 학교 가고
-지금 아아들처럼 공부만 하라했으면 얼마든지 일등하지
-유월에 보리 비러 가면 걸어서 가는 부개동 길이 얼마나 지루하게 멀든지
-보리를 빌라면 희안한기 꼭 보릿대를 착착 눕혀 놓은 곳이 있어
-희안하게 한 묶음은 이쪽으로 한 묶음은 저쪽으로 마주 엥기게 눕혀 놨지 보리밭 밑에 흙이 안 보이게
-그런 곳에 보리 빌라면 아주 미치고 환장하지
-일일이 보리를 세워감씨 비야하니까 한 두군데도 아니고 말씨
-유월의 햇살이 얼마나 따가운지 나이롱 웃도리 밑으로는 땀이 철철 흐르지
-그런데도 보릿대궁이 그렇게 엎어져 있으면 입에서 쌍소리가 지절로 나와
-에이씨부럴...어떤 잡놈이 여그와서 염병을 떨어싼거야
-할라믄 지들 보리밭에 들어가 하지 왜 남으 보리밭을 못씨게 만들어 사람 염장을 지르나 몰것네
뚝, 뚝 땀은 떨어지고
그늘 한 줌 없는 보리 사래는 길기만 허구
뉘엿뉘엿 해 넘어갈 때까지 베어논 보리를 다발지어 어깨에 걸머지고
집으로 걸어 올 때, 그 한 없는 고단함.
이젠 시골 어디에도 보리밭 구경하기가 힘들다.
모텔 물레방앗간이 후덥지근 더울 즈음 보리밭 모텔로 발걸음을 옮겼을
옛날의 연인들을 생각해본다.
달빛 아래서, 혹인 별빛을 눈에 담고 가쁜 숨을 쉬었을 세상의 일, 그 뜨거움이 문득 그리워지는 건 왠일일까?
으실으실 춥다. 비가 또 시작되고 있다.
전상순
텔레비전을 보다가 뭔 이야기 끝에 보리밭 이야기를 한다.
-옛날에 우리도 보리양석 농사 지었재마
아이들 공부 이야기 하다보면 꼭 이 이야기가 나온다
-나는 그 먼 부개동에 보리농사 지으면서르 공부했지를
-학교 갔다오면 꼴망태 울러매고 꼴 두망태씩 베어놔야 놀러 나갔지
-새북으로는 소죽 한 솥 끼리놔야 아츰 먹고 학교 가고
-지금 아아들처럼 공부만 하라했으면 얼마든지 일등하지
-유월에 보리 비러 가면 걸어서 가는 부개동 길이 얼마나 지루하게 멀든지
-보리를 빌라면 희안한기 꼭 보릿대를 착착 눕혀 놓은 곳이 있어
-희안하게 한 묶음은 이쪽으로 한 묶음은 저쪽으로 마주 엥기게 눕혀 놨지 보리밭 밑에 흙이 안 보이게
-그런 곳에 보리 빌라면 아주 미치고 환장하지
-일일이 보리를 세워감씨 비야하니까 한 두군데도 아니고 말씨
-유월의 햇살이 얼마나 따가운지 나이롱 웃도리 밑으로는 땀이 철철 흐르지
-그런데도 보릿대궁이 그렇게 엎어져 있으면 입에서 쌍소리가 지절로 나와
-에이씨부럴...어떤 잡놈이 여그와서 염병을 떨어싼거야
-할라믄 지들 보리밭에 들어가 하지 왜 남으 보리밭을 못씨게 만들어 사람 염장을 지르나 몰것네
뚝, 뚝 땀은 떨어지고
그늘 한 줌 없는 보리 사래는 길기만 허구
뉘엿뉘엿 해 넘어갈 때까지 베어논 보리를 다발지어 어깨에 걸머지고
집으로 걸어 올 때, 그 한 없는 고단함.
이젠 시골 어디에도 보리밭 구경하기가 힘들다.
모텔 물레방앗간이 후덥지근 더울 즈음 보리밭 모텔로 발걸음을 옮겼을
옛날의 연인들을 생각해본다.
달빛 아래서, 혹인 별빛을 눈에 담고 가쁜 숨을 쉬었을 세상의 일, 그 뜨거움이 문득 그리워지는 건 왠일일까?
으실으실 춥다. 비가 또 시작되고 있다.
전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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