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매칠간은 참 바빴지러
말라꼬 바빴나하믄 마을유래비 맹근다고 바빴지러
춘삼월 마지막 일욜에 새벽부터 이장집 앰프가 김연자의 노래를 간드러지게 뱉어낸다.
"아, 아, 마이크 시험중입니다" 저 이장이올시다. 동민여러분 에~ 안녕히 주무셨시요. 다름이 아니오라, 오늘 동네 들어 오는 들머리에 동네자랑비 안치작업이 있사오니,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싸게싸게 나오시기 바랍니다. 겁나게 큰 바윗덩이가 들어오니 구경도 허시구요. 다가치 힘을 모다서 하면 빨리 끝나겠으니 협조 쫌 부탁 드립니데이"
'해에당화 피고지이는 서엄 마으을에 철새 따라아 와왔다아간 초옹가악 서언새에애앵님~ 열아홉살 섬새액시가 순저엉으을 바쳐 주욱도록 사아랑한 초옹가악 서언새애앵님 서어울엘랑앙 가지이르을 마아오 가아지이르을 마아아아오오~"
김연자의 목소리는 언제들어도 닳지도 않는다
동네 어귀에 포크레인이 들어오고, 자랑비 초석이 놓여지고, 자랑비문이 오석으로 놓여지고, 그 위에 커다란 마을 자랑비가 가슴팍에 마산리라는 이름을 새기고 놓여지다.
잽싸게 집구석 치와놓고 동네회관으로 간다 앞치마 목에 떠억허니 걸고서
문을 밀고 들어가니, 돌까루 포장 종우를 방바닥에 깔아놓고 밀반죽을 치대고 있다.
"국수는 뭐 할라꼬 밀어여"
"아, 저렇게 씬일 하는데 새참이라도 끼리 믹이야지, 땀을 뻘뻘 흘리쌌는데..."
"아, 예 지도 밀까예"
"여기 봉다리에 넣어 논 밀가리 반죽있다 이거 치대라"
"아줌니 밀가리 반죽은 반들반들 똥그래지는데 나는 와 이래 퍼석퍼석 뭉치지도 안 하고 자꾸 늙은이 뒤꾸무리처럼 자꾸 갈라지능교"
"무답시 치대지만 말고 엄지 손가락으로 꾸셔박으면서 치대야지"
"하이고, 상민네어무이 반죽만 유달시리 딘(된)갑다"
"디기는 그기 와 디이. 다 같이 뭉치서 띠낸건데 할 줄을 몰라서 그러치"
"하이고 백번 맞는 말씸입니더, 제가 할 줄을 몰라서 그러심더"
"술국을 각고 오라하는데 뭘 가따 주지?"
"멸치 쪼매 넣고 신김치 넣고 그저께 사다 놓은 두부 굴따랗게 써리여서 찌개나 한 냄비 끼리다 주지, 냉장고에 소주하고 맥주 이쓸낀데"
"누구 마싯게 끓일 줄 아는 사람 함 끼리 봐"
"어이, 상민네어무이 니가 가서 끓이라 아무래도 젊은 놈이 낫것지"
만만한기 홍어좆이라고 내가 나이가 젤 어리니 할 수 없다
한 냄비 끓여서 대접에 숟가락 열댓개 챙기가지고 오봉판에 얹어서 들고간다. 팔뚝이 비미 굵어지겐나 이렇게 무거운 걸 채금지고 맨날 들고 댕기까네 실엄시 팔뚝이나 굵어지지, 흐이고, 고서방 멕사리 안 잡히고 사는거 보면 용치 용해. 저 팔뚝바라.
"아자씨들 여개 오시서 국물 식기전에 쇠주 한 잔들 허시고 허세요"
"고만 일루들 오소, 포크레인 양반도 쫌 있다하고 일루오시여"
신김치찌개가 대접에 나눠진다, 소줏잔이 돌아간다, 짜르르르르 속을 훑으며 내려가는 맑는 저 액체, 번갈아 후르륵거리며 찌개국물과 두부가 쩌르르 떨리는 속을 애무하며 내려간다. "어흐...씨원하다."
"저래 씬 일 하는데 국수 끼리조서 안 되겠어, 밥을 해 믹이야 씸을 쓰지 저 풀대죽같은 밀건국수 먹고 먼 힘이 나오겐노. 야이 이장때기 어데간노?"
아침부터 종종 걸음이던 이장집 아지매가 어르신 부르심에 냉큼 달려온다
"밥을 할라카이 반찬도 마땅찮고......"
"자, 여개 만원있다. 가서 파 한단 사고 콩나물이나 이천원어치 사고 두부 두 모 사와서 돼지찌개라도 끓이면 되지, 밥부터 얼릉 앉치라"
이장 아지매 치맛꼬리에 불이 붙는다
"그라만, 내 돈 마넌 줄께 상민네어무이가 오토바이타고 가서 좀 사와 나는 다리가 아파서 걸어갔다 오지도 모하겠네 급하기도 급하고'
'엇, 또 홍어좆신세!'
종일 콩나물을 무치네 삼동초 겉절이를 하네, 집에 가서 된장 퍼와 된장을 끼리네, 상을 차리네, 설거지를하네, 종일 종종걸음으로 채리고 치우고 하다 봉께로 해가 넘어가네.
집에 와서 내 집 밥 해 묵을라니 와 그리 서글픈지.
먹을 입도 많고, 일 할 손도 많고, 그게 곧 신명이재 안그러이?
---돼지고기 칠천원어치에 동네 장정 스물이 먹고, 나중에 동네 어른할무이들 와서 또 드시고 꼬랑지 국물까지 젊은 아낙들 나눠 묵었으니, 오병이어의 기적이 여기서도 나는구나 아흐----
추신: 만만한기 홍어좆 이야기는 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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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꼬 바빴나하믄 마을유래비 맹근다고 바빴지러
춘삼월 마지막 일욜에 새벽부터 이장집 앰프가 김연자의 노래를 간드러지게 뱉어낸다.
"아, 아, 마이크 시험중입니다" 저 이장이올시다. 동민여러분 에~ 안녕히 주무셨시요. 다름이 아니오라, 오늘 동네 들어 오는 들머리에 동네자랑비 안치작업이 있사오니,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싸게싸게 나오시기 바랍니다. 겁나게 큰 바윗덩이가 들어오니 구경도 허시구요. 다가치 힘을 모다서 하면 빨리 끝나겠으니 협조 쫌 부탁 드립니데이"
'해에당화 피고지이는 서엄 마으을에 철새 따라아 와왔다아간 초옹가악 서언새에애앵님~ 열아홉살 섬새액시가 순저엉으을 바쳐 주욱도록 사아랑한 초옹가악 서언새애앵님 서어울엘랑앙 가지이르을 마아오 가아지이르을 마아아아오오~"
김연자의 목소리는 언제들어도 닳지도 않는다
동네 어귀에 포크레인이 들어오고, 자랑비 초석이 놓여지고, 자랑비문이 오석으로 놓여지고, 그 위에 커다란 마을 자랑비가 가슴팍에 마산리라는 이름을 새기고 놓여지다.
잽싸게 집구석 치와놓고 동네회관으로 간다 앞치마 목에 떠억허니 걸고서
문을 밀고 들어가니, 돌까루 포장 종우를 방바닥에 깔아놓고 밀반죽을 치대고 있다.
"국수는 뭐 할라꼬 밀어여"
"아, 저렇게 씬일 하는데 새참이라도 끼리 믹이야지, 땀을 뻘뻘 흘리쌌는데..."
"아, 예 지도 밀까예"
"여기 봉다리에 넣어 논 밀가리 반죽있다 이거 치대라"
"아줌니 밀가리 반죽은 반들반들 똥그래지는데 나는 와 이래 퍼석퍼석 뭉치지도 안 하고 자꾸 늙은이 뒤꾸무리처럼 자꾸 갈라지능교"
"무답시 치대지만 말고 엄지 손가락으로 꾸셔박으면서 치대야지"
"하이고, 상민네어무이 반죽만 유달시리 딘(된)갑다"
"디기는 그기 와 디이. 다 같이 뭉치서 띠낸건데 할 줄을 몰라서 그러치"
"하이고 백번 맞는 말씸입니더, 제가 할 줄을 몰라서 그러심더"
"술국을 각고 오라하는데 뭘 가따 주지?"
"멸치 쪼매 넣고 신김치 넣고 그저께 사다 놓은 두부 굴따랗게 써리여서 찌개나 한 냄비 끼리다 주지, 냉장고에 소주하고 맥주 이쓸낀데"
"누구 마싯게 끓일 줄 아는 사람 함 끼리 봐"
"어이, 상민네어무이 니가 가서 끓이라 아무래도 젊은 놈이 낫것지"
만만한기 홍어좆이라고 내가 나이가 젤 어리니 할 수 없다
한 냄비 끓여서 대접에 숟가락 열댓개 챙기가지고 오봉판에 얹어서 들고간다. 팔뚝이 비미 굵어지겐나 이렇게 무거운 걸 채금지고 맨날 들고 댕기까네 실엄시 팔뚝이나 굵어지지, 흐이고, 고서방 멕사리 안 잡히고 사는거 보면 용치 용해. 저 팔뚝바라.
"아자씨들 여개 오시서 국물 식기전에 쇠주 한 잔들 허시고 허세요"
"고만 일루들 오소, 포크레인 양반도 쫌 있다하고 일루오시여"
신김치찌개가 대접에 나눠진다, 소줏잔이 돌아간다, 짜르르르르 속을 훑으며 내려가는 맑는 저 액체, 번갈아 후르륵거리며 찌개국물과 두부가 쩌르르 떨리는 속을 애무하며 내려간다. "어흐...씨원하다."
"저래 씬 일 하는데 국수 끼리조서 안 되겠어, 밥을 해 믹이야 씸을 쓰지 저 풀대죽같은 밀건국수 먹고 먼 힘이 나오겐노. 야이 이장때기 어데간노?"
아침부터 종종 걸음이던 이장집 아지매가 어르신 부르심에 냉큼 달려온다
"밥을 할라카이 반찬도 마땅찮고......"
"자, 여개 만원있다. 가서 파 한단 사고 콩나물이나 이천원어치 사고 두부 두 모 사와서 돼지찌개라도 끓이면 되지, 밥부터 얼릉 앉치라"
이장 아지매 치맛꼬리에 불이 붙는다
"그라만, 내 돈 마넌 줄께 상민네어무이가 오토바이타고 가서 좀 사와 나는 다리가 아파서 걸어갔다 오지도 모하겠네 급하기도 급하고'
'엇, 또 홍어좆신세!'
종일 콩나물을 무치네 삼동초 겉절이를 하네, 집에 가서 된장 퍼와 된장을 끼리네, 상을 차리네, 설거지를하네, 종일 종종걸음으로 채리고 치우고 하다 봉께로 해가 넘어가네.
집에 와서 내 집 밥 해 묵을라니 와 그리 서글픈지.
먹을 입도 많고, 일 할 손도 많고, 그게 곧 신명이재 안그러이?
---돼지고기 칠천원어치에 동네 장정 스물이 먹고, 나중에 동네 어른할무이들 와서 또 드시고 꼬랑지 국물까지 젊은 아낙들 나눠 묵었으니, 오병이어의 기적이 여기서도 나는구나 아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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