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름 두 짐
겨우내 물반 똥반 싸재끼고, 잠 잘 때 외엔 종종걸음으로 다진 닭장을 치우다.
달구새끼 발가락은 사람처럼 넙데데하지 않아서 그게 발가락 사이로 다 새지 싶어도, 매일 밟아대끼는데는 물똥도 견디지 못한다. 그것이 다져져 삽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노랑병아리색 외발구르마에 실어보니 빠듯하니 두 짐이다.
옛날 같으면 바지게에 퍼 날랐겠지만, 시절이 좋다보니 손으로 옮길 수 있는 외발구르마에 실으면 된다.
손잡이쪽을 들어보니 간신히 들어올려진다
팔십혹은 백킬로그램쯤 되려나?
착착 다져진 닭똥냄새를 끌어 안고 자두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참말로 고역이다. 바람도 앞에서 불어와 피할 수도 없다
백여미터 끌고 가다가 쉰다.
철길로는 연신 기차가 오르내린다.
누가 날 알아볼까 싶어서 나는 기차 창문을 유심히 들여다보지만
기차는 너무 빠르다
숨이 헉헉, 손잡이를 잡고 몸을 수그리고 있으면 심장 뛰는 소리가 덜컹덜컹난다.
시지프스가 그 고역을 치르면서도 살아 남은 이유는 온갖 아웃사이더적인 이유를 접어 두고, 아마 내 생각에는 돌을 굴려 올리다가 조금 쉴 때 제 심장 뛰는 소리를 듣지 않았나 싶다. 그걸 듣는 사람은 삶에 애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 소리를 듣고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일찌감치 지구를 떠나는게 좋을 것 같다.
거름자리에 닭똥을 쏟아붓고는 비닐을 가져와 이불 덮어주듯 다독다독 덮어서 돌멩이로 가장자리를 눌러 놓는다.
썩어야 거름으로 쓰재.
닭똥이 썩지 않고 그대로 댕글댕글 있다면 나중에 작물을 다 죽여 놓는다
발효되지 않고, 제 독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제 스스로는 물론이고 엄한 작물까지 작살내고 만다.
닭구똥이 배추가 먹기 딱 맞게 썩어주길 빌면서 빈 구르마 탈래탈래 끌고 온다. 먼 산 따뜻한 기운이 눈 앞에까지 아른거려, 아하! 저 깊은 산에도 봄이 오는구나. 홑잎, 다래순,찔래잎들이 붉은 기운 내밀겠지
방구석에 틀어 박여 이불 속에서 퉁소 불고 앉았는거 보다, 힘이야 좀 들고 숨결은 가쁘지만, 거름 두 짐 자두밭 얹저리에 엥기고 오니 기분은 대빵 좋다.
아흐....봄이 날 부르누나.
2.꽃씨 심기
뒤안에는 볼품없는 감나무가 여러 그루있어, 가을이면 감보다 낙엽을 더 많이 쏟아낸다. 집 수리 할 때 귀퉁이에 재어놓은 옛집의 기왓장과, 쇠뽐뿌(손으로 잣아서 물을 끌어 올리던 것), 플라스틱 욕조 깨진것이 담벼락에 기대어 담재이와 졸고 지내기를 몇년인가.
그 위에 낙엽을 쌓이고 썩고, 그 세월의 더깨를 층층이 들어 앉혀 쌓여 있는데, 어제는 볕도 따뜻하여 두 팔 걷어 부치고 그걸 손 보았다
벌레들이 쑤시고 돌아댕인 감나무 아래 부토는 동글동글 벌레똥처럼 뭉쳐져 묵 만드는 얼기미로 흙을치미 팥고물같은 고운 흙들이 땅바닥에 솔솔 떨어진다. 흙을 가지고 노는 일은 얼마나 재미있는가?
옛날, 츠자적에 주물공장에서 잠시 경리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 공장장님이 꼭 나와 같은 심정이였으리라.
"내가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냐믄, 사람들이 일하는데 흙을 퍼와서 땅바닥에 토닥토닥 다지고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보였단말씨...그래서 이 길을 걸어왔는데 지금은 재미가 좀 없어 졌지만, 그래도 흙 가지고 노는 일은 매력적인 일이야"
아마, 도자기를 굽는 사람도 이런 재미를 마음에 깊이 담아 두었지 않나 싶다.
농사도 흙을 가지고 노는 일이다.
노는 일이라니 뭐 세월아 네월아 퍼대지고 앉아 노는 것이 아니라 허리가 아프고 뼈마디가 쑤씨지만, 그래도 어제처럼 꽃씨를 심기 위해 흙을 쳐서 보드라운 흙을 꽃씨 위에 덮어 주는 일은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저어기 진주 사는 언덕언니가 전해준 <매발톱꽃>씨를 흙에 곱게 심었다
폭폭하니 얹힌 흙이 꼭 시루떡 고물같다.
슬쩍 봄비라도 내려준다면 더 없이 꼽꼽한 흙이 되어 씨앗은 깊은 잠에서 쉬이 깨어나리라.
3.마음가짐.
그냥, 햇살이 좋으면 가늘게 눈을 뜨고 햇살의 굵기나 가늠하고.....
어데 한 귀퉁이 닫쳐 봄이 못 들어와 문 밖에서 우는 일이 없나 가마이 살펴나 보면서.
상순
겨우내 물반 똥반 싸재끼고, 잠 잘 때 외엔 종종걸음으로 다진 닭장을 치우다.
달구새끼 발가락은 사람처럼 넙데데하지 않아서 그게 발가락 사이로 다 새지 싶어도, 매일 밟아대끼는데는 물똥도 견디지 못한다. 그것이 다져져 삽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노랑병아리색 외발구르마에 실어보니 빠듯하니 두 짐이다.
옛날 같으면 바지게에 퍼 날랐겠지만, 시절이 좋다보니 손으로 옮길 수 있는 외발구르마에 실으면 된다.
손잡이쪽을 들어보니 간신히 들어올려진다
팔십혹은 백킬로그램쯤 되려나?
착착 다져진 닭똥냄새를 끌어 안고 자두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참말로 고역이다. 바람도 앞에서 불어와 피할 수도 없다
백여미터 끌고 가다가 쉰다.
철길로는 연신 기차가 오르내린다.
누가 날 알아볼까 싶어서 나는 기차 창문을 유심히 들여다보지만
기차는 너무 빠르다
숨이 헉헉, 손잡이를 잡고 몸을 수그리고 있으면 심장 뛰는 소리가 덜컹덜컹난다.
시지프스가 그 고역을 치르면서도 살아 남은 이유는 온갖 아웃사이더적인 이유를 접어 두고, 아마 내 생각에는 돌을 굴려 올리다가 조금 쉴 때 제 심장 뛰는 소리를 듣지 않았나 싶다. 그걸 듣는 사람은 삶에 애착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 소리를 듣고도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일찌감치 지구를 떠나는게 좋을 것 같다.
거름자리에 닭똥을 쏟아붓고는 비닐을 가져와 이불 덮어주듯 다독다독 덮어서 돌멩이로 가장자리를 눌러 놓는다.
썩어야 거름으로 쓰재.
닭똥이 썩지 않고 그대로 댕글댕글 있다면 나중에 작물을 다 죽여 놓는다
발효되지 않고, 제 독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은 제 스스로는 물론이고 엄한 작물까지 작살내고 만다.
닭구똥이 배추가 먹기 딱 맞게 썩어주길 빌면서 빈 구르마 탈래탈래 끌고 온다. 먼 산 따뜻한 기운이 눈 앞에까지 아른거려, 아하! 저 깊은 산에도 봄이 오는구나. 홑잎, 다래순,찔래잎들이 붉은 기운 내밀겠지
방구석에 틀어 박여 이불 속에서 퉁소 불고 앉았는거 보다, 힘이야 좀 들고 숨결은 가쁘지만, 거름 두 짐 자두밭 얹저리에 엥기고 오니 기분은 대빵 좋다.
아흐....봄이 날 부르누나.
2.꽃씨 심기
뒤안에는 볼품없는 감나무가 여러 그루있어, 가을이면 감보다 낙엽을 더 많이 쏟아낸다. 집 수리 할 때 귀퉁이에 재어놓은 옛집의 기왓장과, 쇠뽐뿌(손으로 잣아서 물을 끌어 올리던 것), 플라스틱 욕조 깨진것이 담벼락에 기대어 담재이와 졸고 지내기를 몇년인가.
그 위에 낙엽을 쌓이고 썩고, 그 세월의 더깨를 층층이 들어 앉혀 쌓여 있는데, 어제는 볕도 따뜻하여 두 팔 걷어 부치고 그걸 손 보았다
벌레들이 쑤시고 돌아댕인 감나무 아래 부토는 동글동글 벌레똥처럼 뭉쳐져 묵 만드는 얼기미로 흙을치미 팥고물같은 고운 흙들이 땅바닥에 솔솔 떨어진다. 흙을 가지고 노는 일은 얼마나 재미있는가?
옛날, 츠자적에 주물공장에서 잠시 경리를 본 적이 있는데, 거기 공장장님이 꼭 나와 같은 심정이였으리라.
"내가 왜 이 일을 하게 되었냐믄, 사람들이 일하는데 흙을 퍼와서 땅바닥에 토닥토닥 다지고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보였단말씨...그래서 이 길을 걸어왔는데 지금은 재미가 좀 없어 졌지만, 그래도 흙 가지고 노는 일은 매력적인 일이야"
아마, 도자기를 굽는 사람도 이런 재미를 마음에 깊이 담아 두었지 않나 싶다.
농사도 흙을 가지고 노는 일이다.
노는 일이라니 뭐 세월아 네월아 퍼대지고 앉아 노는 것이 아니라 허리가 아프고 뼈마디가 쑤씨지만, 그래도 어제처럼 꽃씨를 심기 위해 흙을 쳐서 보드라운 흙을 꽃씨 위에 덮어 주는 일은 얼마나 낭만적인 일인가.
저어기 진주 사는 언덕언니가 전해준 <매발톱꽃>씨를 흙에 곱게 심었다
폭폭하니 얹힌 흙이 꼭 시루떡 고물같다.
슬쩍 봄비라도 내려준다면 더 없이 꼽꼽한 흙이 되어 씨앗은 깊은 잠에서 쉬이 깨어나리라.
3.마음가짐.
그냥, 햇살이 좋으면 가늘게 눈을 뜨고 햇살의 굵기나 가늠하고.....
어데 한 귀퉁이 닫쳐 봄이 못 들어와 문 밖에서 우는 일이 없나 가마이 살펴나 보면서.
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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