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편도선이 부어 말도 잘 모했어요
침 삼키면 목구멍이 쐐에~ 한게 영 사람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등만요
스방이 밥 먹으러 들어오면 끙끙 인상을 돌아가게 만들며 의자에 누워 엄살을 부려요
아이, 서방이 내하고 전생에 뭔 일이 있었간디 다른 사람 한테는 아픈 척도 않다가
스방만 들어서면 쪼매 아픈것도 부풀려서 징징거리니 츠암내...
요대기를 끌어 덮고는 서방을 살살 곁눈질하며 혼자 끙끙 앓는체 하는거죠
그럼 고스방, 다른 때는 꼴머슴 부리듯 나를 부리다가도 아프다면 절절 맵니다
귤을 까서 들이밀지, 콩나물을 사다주며 감기에는 콩나물이 최고라며 들이밀지
자다가도 일어나 이불 끌어 덮어주지. 한 번씩 아파볼 만 하당께요
어떤 집에서는 마누래 아프면 더 모린 척하고 몰인정하게 지낸다는 사람덜도 있더라만
자랑이 아니래도 고스방은 그러지는 않어요. 이제 좀 있으면 병원 가자고 전화할거구만요
그럼 또 이 사악한 상순이는 다 죽어가는 눈빛을 하고 기침을 콜록대며 뒤집어쓰고 스방차를
함 타보겠네요 ㅎㅎㅎ. 당근 병원비도 고스방 주머니에서 털어낼거구.
그렇게 목이 아픈데도 어제는 봄 만든다고 정신 없었시요
봄을 어떻게 만드냐구요?
혹자는 봄이 계절에 맞춰 지절로 오는 것이라고 하나, 그걸 그렇게 믿고 있으면 예술가의 삶(?)이 아니지유.
봄은 이렇게 만듭니다.
먼저 먹물을 쪼깬한 접시에 부어요
많이도 필요 없시요. 쪼매만 들이 붓고는 붓을 들어요. 그러고는 이렇게 씁니다.
당장 봄이 만들어졌지요. 저게 그냥 글씨지 무슨 봄이냐구요?
저렇게 글자만 써 놓아도 마음 속에 이미 봄이 스멀스멀 퍼지기 시작합니다. 못 믿겠다고요? 함 해보세요 거짓말인가..
이렇게 써서는 사방에 놓아 둡니다. 자...한결 봄이 많아졌지요?
봄이 지천이니 새싹도 금방 올라 옵니다 그려. 이뻐요. 갓난애기도 이쁘지만 갓난 싹도 이뻐요
마음 속에는 수천 수만의 씨들이 싹을 틔우고 새순을 밀어 냅니다
봄이 머리끝까지 차오르지요? 잘 모르겠다구요?
구체적으로 삼월의 날(日)들을 개별 포장합니다.
네모 상자에다 넣고는 어떤 날은 일하는 날이고, 어떤 날은 쉬는 날인지 색깔로 구분도 해 놓습니다. 물론 고압기사(압력밥솥 취급기술자)는 붉은 숫자 검은 숫자의 개념이 모호합니다만 그래도.
아침,
아들놈 학교 가는 길에 우표 붙여서 봄을 사방으로 보냈습니다.
이삼일 뒤 우체통을 헛일 삼아 들여다 보십시요
저런 봄이 하나 얌전히 날아와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