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이율배반

황금횃대 2004. 6. 2. 12:01
일요일
자슥놈들을 이끌고 포도밭으로 델꼬같다
후덥지근한 기온과 흐리멍텅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아이들은
웃통을 벗어제친다
늙은 에미는 살갗이 탄다고 지청구지만
더운것 보아는 낫다고 옷을 벗는다
지독하게 더운데
발을 치켜들고 포도순을 따야하니 죽을 맛이다
정해 놓은 포도순을 세골 따고는 라면을 끓여 밥 말아먹고
골짝 포도밭에 앉아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한다
병아리 눈물만큼 일은 하여도
먹는 것은 관청이라
오토바이를 타고 가 아이스크림을 사다 대령한다

나중에 다섯골째 접어들어서는
막내놈이 울려고 한다
그러면서도 약속을 한지라 곧 터지려는 울음을 참으며 목표달성을 하려는데
나는 머리가 복잡다

겨우 일을 마치고 집으로 스쿠터에 두놈을 싣고
국도를 달리는데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자마자 샤워를 하네 머리를 감네 난리굿이다
티비를 한나절 못봤는데도
마치 무인도에서 몇십년 살다온 놈처럼 티비를 틀고
선풍기를 틀고 냉장고를 열어제낀다.

어지간히 더운 사태를 마감하고 다들 드러누워 티비를 보면서
내가 하는 말,

"것봐, 농사짓는거 힘들지?"

"응"

"그럼 공부를 열심히 해..(닝기리..이 말이 왜 튀어나오느거야)"



공부를 하여 훌륭한 사람이 된다함은 인격적으로의 완성을 뜻하는것이라고
나이 마흔이 넘어서까지 배우고 익힌 바가 아니던가 그런데, 싸가지 없는 내입에서
튀어나온 그 이율배반의 한 마디.

결국, 공부하여 넘보다 편하게 먹고 살아란 당부밖에 아니된다는 말씀인데

조또,

사는기 왜이래 비애야 글쎄.....





덧>근데 이율배반이란 제목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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