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포도 알솎기

황금횃대 2004. 7. 2. 15:31
포도 알솎기




너,
너,
너,
그리고 너도


깊은 봄이라던 사월에 츠르륵 내린 무서리에도
살아 남아 꽃피웠다
마른 바람 세차게 불어 모가지를 뒤흔들어도
꽃 떨어져 마악 생긴 작은 포도 떨굴 수없다
아홉십년의 세월 중 가장 타는 봄이였다, 여름이였다 하여도
땅 끝까지 좇아가 수분 물어 올려 콩알만큼 키웠다


아귀처럼 살아 남아도 규격에는 당할 수 없구나
너,
너,
너도 떨어져


춤추는 전지가위에
흐득흐득 발 밑에 떨어져
푸른 눈알로 나를 쳐다보는
포도알


한 나무에 마흔 송이, 포도알 예순개
규격 밖의 생을
무심히 밟고 가는 고무장화
푸른 눈알이 터지는 소리..뚜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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