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방은 이른바 쇼파에 사로잡힌 영혼과 육체가 되었다
우리집에는 침대가 없어 깁스한 뻐덩다리로는 방바닥 생활이 영 마뜩찮은지라 할 수 없이 집도 절도 없는 사람맹이로 3인용 쪼브당한 쇼파에서 생활을 한다.
햇볕을 보름 못 보고 그냥 쇼파에서 화장실 이정도의 동선으로 하루종일 지내다보니 자연 햇볕부족증상이 얼굴에 나타난다. 검게 그을려 건강한 얼굴이 뇌리땡땡허니 탈피를 하는 것처럼 변한다
포도 작업한다고 내가 현관 앞을 왔다갔다하면 하릴없이 손을 내밀어 내 배를 툭 치거나 엉뎅이를 건드리거나 팔을 잡아 댕기거나...그렇게 자신이 쇼파에서 살아있슴을 내게 표시한다
고서방이 앉아 있거나 혹은 비스듬히 기대앉은 쇼파 앞에는 타원형의 유리탁자가 놓여 있는데 갈 수록 자잘한 살림이 늘어간다.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반경 내에 그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이 놓여진다.
산골이 담겨진 약병, 물컵, 핸드폰, 각종 리모컨, 면도기, 충전기...오늘은 탁자 위에 물을 쏟아 마른 걸레를 갖다 달라해서 주었더니 물을 닦고는 생전 안 하던 유리탁자의 먼지와 손자욱을 싸악 싹 닦는다. 어지간히 심심할거다 티비 보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어제는 두 달 동안 꼼짝 못하고 요양을 해야하니 생활비며 아이들 앞으로 들어가는 돈과 보험료, 적금을 막아 넣을 일이 요원한지라, 한 숨만 푹푹 내쉰다. 그러면서 고스방한테 받지는 못하고 결제되어진 명목을 내가 조목조목 눈치없이 말하니
"돈 나올데는 없고 이핀네는 돈 달라고 조르고...어디가서 꼬치나 팔아야겠다"
그 말을 듣고 무심코 다리쪽을 쳐다보던 내 입에서 숨도 돌리기전에 나온 말이
"꼬치만 있으면 뭐하요 잣지도 못하는걸..."
그 말을 해놓고 가마이 생각하니...참말로 우스운지라 허허허허 하고 웃었네 내가
고서방도 첨에는 그게 뭔 말인지 어리둥절하다가 이 여편네가 하면서 히죽히죽 웃는다
생각할수록 웃음이 터져나오네
병원에서 퇴원하던 월요일,
한 열흘 병원에서 둘이 같이 있는 동안 마음은 꿀떡같애도 어찌할 수가 있나? 그러다 집에 왔으니
여편네한테 수작을 건다
다리 한 쪽이 불편하니 도무지 무엇이든 여의찮어. 그러다 게우 한 판하고는 잠을 잤는데 그 담날 아침에 방바닥에서 한쪽 다리 쭉 펴서 일어날래니 참말로 가당찮은 일이라 그 아침 이후로 고서방은 쇼파에서 조금도 벗어나질 않는다. 잠도 거기서 자고.
"여편네 요새는 아주 혼자서 활개를 펴고 자겠네.."
"누가 아니래요. 쑤석거리는 사람 없어서 아주 살것 같고만. 한잠 들어 깨며 아침이여"
나는 염장을 지르느라 아주 편하게 잘 잔다고 얘길하는데 그 말 떨어지기 무섭게
"매정시런 여편네"한다.
한 두 달 동안은 잣지도 모하는 고서방.
어이구 불쌍해.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 가을 (0) | 2006.09.10 |
---|---|
잣지도 못하면서...뒷 이야기. (0) | 2006.09.09 |
9월달력 (0) | 2006.09.07 |
원님 덕에 나발분다. (0) | 2006.09.07 |
별장 생활 (0) | 2006.09.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