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시쯤에
도서관에 간 딸래미 델러갔더니
7부 바지 입은 아랫도리가 썬득썬득하다
한겨울에도 내복 안 입고 여태 지낸것을
자랑삼아 이야기하곤 했는데
올해는 아주 골수에 지름끼가 말랐능가
가을 초입에 발목아지 시린꼴을 다 보겠다
허기사
서방 그늘이 어디라꼬
몇 년전만 하드래도
마당 콘크리트 바닥에 마른 감잎사구가
떽떼구르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나면
뭔가 수심 뜬 마음을 여미고 창문을 열어
뉘 발걸음이 같이 따라오는가 귀를 열었건만
서방이 마루에 가로왈 걸쳐누워
사는 일을 하냥 한 숨 섞어 공기중에 뿜어대니
그녀르꺼 신산하거나 쓸쓸하거나, 혹은
슬프다거나 아리다거나 그런 감정은
씨가리 발톱만치도 일지않고
그저 포도 열심히 팔고
한 달 쯤 어데 넘의집 일이라도 다녀볼까...궁리만 하는데
참말로 사람이란 제 자신이 어려워야 넘들 어려운 처지도 돌아 볼줄 아는게비여
고서방은 목발 짚고 화장실 갈래면
엎어지면 차라리 빨리 가 닿을 수 있는 화장실이래도
걸구적거리는 것들이 앞을 가로막아
화장실에서 오줌줄기 뽑아내고 하는 말이
"에혀 팔이나 다리 하나라도 없는 사람은 생활 속에 그 얼마나 불편하고 기가맥힐까"
이마에 비어져나오는 땀을 목발에 의지해 소맷부리로 닦으면서 이야기하는데.
그려
당신이나 나나
이참에 어려운 사람 좀 돌아보며 삽시다.
속으로만 그렇게 마음 먹었네
마음만 그렇게 먹으면 뭐하노
벌써 노숙자 후원금도 두 달동안 빠자먹고
자알 한다 잘 해.
나의 위선이야 뭐...여기 들르는 사람들은 모두 다 눈치 챘을거이고.
아,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면
푸른 잎은 붉은 치매
갈아 입고서
남쪽나라 찾아가는
제비 불러 모아
봄이 오면 다시 오라 부탁하노라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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