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마귀할멈

황금횃대 2006. 9. 17. 21:09

어제는 그 바쁜 와중에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 가토작업을 했다

산에서 멧돼지가 내려와 산소를 파 헤쳐놓은 것을 작은 아버님이 발견하시고 봄에 하기로 했는데

그 때도 시간이 여의찮고, 또 영동할아버지한테 여쭤보니 윤달에 손 대는게 좋다하여 받은 날이

어제였다.

 

산소 일군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라 앉아서 용쓰는 고스방이 나를 닥달하여 전화를

돌리고 약속을 받아 겨우 세 명을 얻어서 식구들과 하기로 했는데 이것 저것 준비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다. 먹는 음식이며 산신제 지낼 지룩과 술, 그리고 작업이 끝난 다음 지낼 음식을 제사음식처려 준비를 해야하니, 전날 새벽 한 시까지 포도 작업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아침밥과 산에 갈 음식을 같이 실려 보내려니 없는 부랄에 요령소리가 다 날 판이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스방은 고함을 있는대로 질러대지, 나는 화가 나서 "여기 어데 귀 어더븐놈 있나 쌩괌은 와 질러쌌노"하는 소리가 목구멍 울대까지 차 올라오는 걸 빠작빠작 참자니 이마에 땀이 버썩난다.

 

어지가히 준비를 해서 산으로 보내놓고 나는 부침개를 굽고 나물을 하고 조기를 굽네 하면서 탕국과 밥을 한다. 포도 작업은 어제 늦게 다 해놔서 걱정이 없는데 고스방은 연신 산에 일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고 하면 연락을 취한다.

그런데 새참으로 찌개를 해서 보냈는데 술 먹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 다른 새참을 준비해오란다. 시고모님 두 분이 산으로 가셨는데 집으로 전화를 해서는 내가 부침개 굽다가 쫒아가 받으니 다짜고짜 일꾼들 새참 준비도 안하고 산에 와 보지도 않는다고 나한테 퍼부으신다. 가만히 듣고 있다 시동생이 지금 새참 사 가지고 갔으니 곧 도착할거라고 전화를 끊고 나니 아침부터 참았던 부아가 드디어는 머리끝까지 끓어 올랐다. 아아아아아 넘친다 우짤꼬..

 

부엌에 와서 찌짐 디비놓고 어질러진것 설거지하는데 화를 참을 수가 없다

냅다 바깥으로 나가서는 고스방한테

"담부터 산소 일 이런거 하면 식구들 모두 불러 와서 해, 내가 뭔 죄지었어? 이집 며누리가 나 밖에 없는겨? (속으로 씨발~) 혼자 할래니 어떻게 다 챙기나  내 조상 일 하냐?  시고모는 바로 딸내들인데 산소 일 하는거 번연히 알면서 맨손에 맨입에 먹으러만 오나? 간식 좀 사들고 오면 손가락이 썩어나자빠지나"

 

누구 들으랄것도 없이 화가 폭발을 했으니 내 입에서 좋은 소리 나갈 건덕지가 없다. 제사고 뭐고 집에 일 있으면 다 내려오라고 할거야. 하나라도 빠지면 내가 손갑육갑 까딱하나봐라

한 바탕 퍼붓고 나니 속이 씨원하다.

 

고스방은 미안한지  "고모님 그러시는거 뭐 고깝게 니가 그러냐 고만 한 귀로 듣고 흘리고 말지.."하며 슬슬 달랜다. 그 말이 떨어져 땅바닥 고물도 묻기전에 내가 똑 쏜다 "직접 들어봐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지는가 (조또) 왜 나 한테만 그러는거야"

 

그 때부터 내 주뎅이는 따발이 열 개 걸어도 남을 만큼 튀어나왔다.

인상 파악 구겨서는 험악 일발 장전하고, 눙깔은 싸늘하게 식혀서 얼음파편이 팍팍 날리게 뜨고 댕기면서 뭐라 한 마디하며 거들면 다시 입도 못 떼게 무지르듯 박아버린다.

하루 종일 그러고 나니 내 얼굴은 마귀할멈으로 변했다.

 

산소 일 끝나고 돌아와 설거지 한 다라이 해놓고는 방에 들어와 들어누웠더니 집 안이 조용하다.

그런데 진짜 화 나는 일은 그것이 아니다. 말은 못하고 다른 일이 걸려서 나는 속이 상해 똑 죽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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