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포도작업을 일단 마쳤다. 이제 좀 덜 익은 것 며칠 뒤에 볕 바짝 쐬여서 익는 놈은 작업해서 다시 팔고 안 익는 놈은 잘라 버리고 해야지. 밭에 매달린 포도 작업 한 번, 명절 전에 동생네 추석선물용으로 저장창고에 넣어 두었던거 작업 한 번, 이렇게 하면 올 포도 농사는 땡그랑 종소리를 내게된다. 매일 밤 늦도록 차가운 차고 바닥에 앉아서 꾸부리고 박스에 포도를 담았더니 허리가 영 션찮다
저번에 고스방이 우겨서 사 놓은 저주파 치료기를 등때기 갖다 붙이고는 일을 하다가 그걸 붙여 놓은 걸 잊어 먹고는 돌아댕기면, 쇼파에 앉은 고스방이 그걸 보고 여편네가 꽁다리에 줄을 줄줄 달고 댕긴다고 한 소리씩 한다.
이제 마악 기브스하고 들어 앉은지 한 달째 되는 고스방
티비보는 것도 정말 지겨울텐데 그래도 여전히 007시리지의 끝도밑도 없는 반복을 줄기차게나 보고 있다. 어제는 포도 작업하는데 어머님도 같이 하시다가 포도를 챙겨서 들어가시면서
"거 들락날락하면서 포도 먹으라고 한 송이 갖다주지"하신다
"아이, 먹고 싶으면 아덜들한테 갖다 달라고 하믄 되지요"
"갖다 달래는거 보다 먹으라고 갖다 주면 더 좋잖아"
그러시면서 조그만 양푼이에 포도를 담아서 당신 아들 줄라고 가져가신다.
참내, 일 하느라고 오줌 누는 것도 참고 하는거 당신 눈으로 번연히 보시면서도 저러신다
동서가 내하고 마주 앉아 일하다가
'형님, 그러려니 하세요"한다
"어이고 그러려니 하고 사니까 여태 살았지. 우리집은 안 먹어 병이 나는게 아니고 너무 먹여서 병이 난다니까 몸에 해로와도 많이 먹으면 좋은줄 알고. ㅉㅉㅉㅉㅉ...."
그렇게 나는 박스 접을랴 주워 담을랴 포도 따 오랴 없는 부랄에 요령소리가 다 나게 생겼구만 고스방은 자꾸 움직이면 빨리 뼈가 붙지 않을지도 모른다며 꼼짝을 않는다.
그러다가 내가 하도 호닥호닥 뛰어 댕기면 고스방이 목발다리를 끌고는 계단을 내려와 박스를 좀 접어 주는데 (좀 주낄라하니 고스방이 와서 영화(티비)보란다. 어이구...)
처음에는 이것도 갖다 달라, 저것도 갖다 달라, 이건 여기다 놓고, 저건 저기다 놓고..삐뚤잖아 이핀네야..이러면서 모두 시켜쌌더니, 내가 하도 바쁘게 뛰니까 손으로 하는 일을 이제 목발로 이리저리 끌고 댕기고 갖다 놓고 하는데...내가 포도 손질하다가 우스워서
"어이구 이제 목발 들고 잘 하네"했더니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댓어. 사람은 다 살아가게 매련이야.조금 어눌하고 맘대로 안 되서 그렇지"
곰국도, 우유도, 홍화씨분말도 뼈에 좋다고 열심히 먹는 고스방.
근데 어째 얼굴은 꺼치름한거 같아
아무리 좋은거 먹음 뭐하나. 딱 하나 맘대로 못 먹어서 기갈이 나는걸 ㅎㅎㅎㅎㅎ.
얼굴에 궁기가 줄줄 흘러보이는가?
그건 참말로 이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 할게 없응께 푸히~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이 여편네가 뭔 말을 하는지 벌써 눈치 때렸을껴
<요렇게 형님하고 어머님하고 손질해 놓은 포도를 나는 한번 더 터진게 있는가 전문가의 눙깔(?)로 쓰윽 훑어보고 봉지에 다시 넣어 박스에 차곡차곡 정량규격에 맞춰 담습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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