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실 어깨 잔등 너머로 찬바람이 일고 있다
팔뚝이며 허벅지가 아무리 굵어도 바람을 막지 못하니
이는 곧 마흔이라는 고개를 넘어서 그런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잠자리에서도 서방놈은 어디서 동삼뿌리 삶아 묵었는가
자꾸 이불을 차 덴지는데 나는 자꾸 어깨가 시리고
무릎이 추운 것이다.
이노무 영감이 자꾸 찝적 거리면서 이불을 들썩이면
그 시답잖은 이불 펄럭임에도 바람이 감지되어
잠도 덜깬 미간을 은박지처럼 구겨설라믄
"아이씨, 춥다카능데 와이래 이불을 풀썩거리노"하고
텁텁한 목소리로 기어이 내지르게 만든다
이 또한 나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한 때는 가심 속에 열불을 품은 듯
잉잉 타는 대보름날 달집 하나 심은 듯
그리 속불이 끊임없이 타오르더만
이젠 그도저도 다 지나가고
썽그러니 식은 놋화로 끌어 안고 있는 듯
속에서 속에서 찬바람만 불어 온다
그런 냉기센서가 작동하는 날에는
뒤안에서 떨어지는 살구잎도 빗소리로 듣기고
삽짝 문 앞에 소똥처럼 퍼질로 떨어진 홍시를 봐도
저거 끍어서 청소할 일에 고만 눈앞이 시퍼래진다
옛날에는 안 그랬지..
옛날 옛날 하니까 나이를 디기 많이 묵은 것 같애도
기실 그것도 아님시롱 마흔 되니 자꾸 나이를 들먹이게 된다
그 옛날에는 가을 바람이 느껴지면,
오호...가을이 게릴라처럼 어느 듯 마당 깊숙히 침투를 했습니다 어쩌고
붉은 감이 떨어져 마음이 한 없이 아픕니다 저쩌고 해감시롱 주접을 떨어 쌌는데, 마흔은 그 주접의 두루마리를 홀랑 감아 부치게 만들고, 맨숭맨숭 뼈마디 부딪치는 소리만 다그닥다그닥 내면서 가을을 건조하게 보내고 있다
모모씨는 고추잠자리 똥궁디만큼 붉은 사랑을 하고 싶다 했지만
나는 그저 손편지나 댓장 날리고 뜨끈한 방구들에 허리 지지며
늘어지게 자고만 싶으니..오호라..가을병은 정말로 깊어라
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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