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좀 쓸라하니 안경이 없다
목욕하면서 욕실에 벗어 놨나 싶어서 두번을 들락거리며 찾았는데 없다
방에도 없고 마루 탁자 위에도 없다. 어디 벗어놨는지 통 모르겠다
내일 우연히 나오겠지
어제까지 음식 장만할 재료를 다 다듬어 놓고 아침 먹자 바로 일을 시작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명절스트레스 니가 아무리 내한테 태클을 걸어봐라 내가 눈 하나 깜짝하능가
이런 각오를 가슴에 마늘방망이로 다지듯 다져넣고는 쪽파를 씻으러 물을 받는데 전화가 온다
대구 사시는 둘째형님.
여차저차 일이 생겨서 못 오신단다.
어이구, 그런 일 같으면 오시겠어요. 그냥 몸조리 잘 하시고 계세요
전화 끊고 돌아서자 핸드폰이 울린다 받으니 우리 맏동서형님.
"상민이 엄마라, 내 요번에는 병문이랑 꼭 갈라구 했는데 저눔의 자식이 항문 속에 종기가 나서 앉지도
못하고 아파 뛰진다고 똥구멍 쳐들고 누워서 난리다. 저런걸 보고 내가 어째 가긋어"
"녜...그러시군요. 그럼 병문(조카) 괜찮을 때까지 옆에 계셔야죠"
내 못가 미안하네. 힘 든거 뻐이 하는데..."
결국 올 추석은 막내네와 우리집. 이렇게 두 집만 지내게 된다.
작은집에 조카들도 휴게소에 아르바이트 하러 간다고 일찍 나갔다하고 울 딸은 그 대가리 나쁜 선생들이 포진하고 있는 학교에서 추석 바로 다음날 중간고사 시험을 친단다. 어이구..내가 조금만 시간이 낫어도 그 학교에 전화해서 아이들이 명절에 제대로 쉴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고함고함 지르는건데...
사방 천지에서 친척들이 모이는데 그 와중에 어찌 공부를 하라고 시험 일정을 그 따우로 잡는지 나는 자다가도 이해가 안 된다.. 그러니 공부는 죽살나게 못해도 시험공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울 딸, 딴 때같으면 엄마 힘들다고 동그랑땡 마른 밀가리도 묻혀주고 했을낀데..그냥 도서관에 간다고 가버린다.
느즈막히 동서가 오고 이십여년 갈고닦은 부침개 굽는 실력으로 후다닥 해치우고 떡 찾으러 방앗간 간다고 해 놓고는 원촌 친구네 집에 갔다. 집에는 안 가고 원두막에 둘이 앉아 동안의 스트레스를 수다로 푼다. 한참 신나게 주끼고 있는데 고스방 전화해서는 대구가서 떡 만들어오나? 한다. 아니래 지금 떡을 아직 안 만들어놔서 기다리고 있는 중임둥 입만 뻥긋하면 구라를 치는 내가 고스방한테 이렇게 대답하고는 한참 더 친구랑 주끼다가 떡 찾으러 갔더니 진짜 안 해놨다. 어이구 아저씨 옆에 바짝 붙어서 새치기해서 내 떡부터 먼저 맹글어서 오토바이 싣고 후다닥 오니 여섯시가 다 됐다.
돼지고기 수육거리 불 위에 올려놓고 목욕하고 오랜만에 수딩마스크팩 한 장 얼굴에 처억 붙어 놓는다.
하루가 간다.
안경 안 끼고 타자쳐서 오타가 많지싶은데...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백팔십만원짜리 선반 (0) | 2006.10.09 |
---|---|
첫짝꿍 (0) | 2006.10.08 |
술 한 잔 (0) | 2006.10.05 |
적당히 팔아야지...ㅉㅉㅉ (0) | 2006.10.02 |
주워 먹어도 배불러.. (0) | 2006.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