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령산, 여름 안개
발 아래 억만의 불빛은 사람의 내장과
사람의 사랑과 사람의 고뇌를 시시로 비추이지만
황령산 그 안개무덤 아래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대숲이 절명의 울음으로 흔들릴 때 사람의 심장은 몇번의
박동수를 유지할까? 그 물음도 부질없다
안개의 휘돌림에 세상 어느 불빛도 온전할 수 없고
안개가 한 걸음 물러나면 세상의 어느 불빛도 숨을 옷자락 한 겹이 없다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나타나는 그 황홀한 밤풍경에 나는 문득 넋을 놓아
신발 두 짝 얌전히 벗어서 바깥 쪽으로 향해놓고
그 무장한 안개 바다 속으로 소리없이 투신하고 싶다
웃옷의 섶을 열어 안개를 품어본다
뼈속이 시려온다
날카로운 냉기가 찌르는 것이 아니건만, 스미어도 시린 것이 안개인가?
손목 위에 얼음조각을 얹어 놓고 얼마나 버티는가 씨름하는 아이처럼
나는 안개를 가슴에 품고 시린 뼈를 다독인다
안개는 골수를 넘나들고, 살 속에 박혀 순식간에 대궁을 피어 올리고
꽃을 피운다, 안개숲
얼음짱같이 차가운.
2002년 8월 5일 부산 황령산에서
발 아래 억만의 불빛은 사람의 내장과
사람의 사랑과 사람의 고뇌를 시시로 비추이지만
황령산 그 안개무덤 아래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다
대숲이 절명의 울음으로 흔들릴 때 사람의 심장은 몇번의
박동수를 유지할까? 그 물음도 부질없다
안개의 휘돌림에 세상 어느 불빛도 온전할 수 없고
안개가 한 걸음 물러나면 세상의 어느 불빛도 숨을 옷자락 한 겹이 없다
나타났다 사라지고 사라졌다 나타나는 그 황홀한 밤풍경에 나는 문득 넋을 놓아
신발 두 짝 얌전히 벗어서 바깥 쪽으로 향해놓고
그 무장한 안개 바다 속으로 소리없이 투신하고 싶다
웃옷의 섶을 열어 안개를 품어본다
뼈속이 시려온다
날카로운 냉기가 찌르는 것이 아니건만, 스미어도 시린 것이 안개인가?
손목 위에 얼음조각을 얹어 놓고 얼마나 버티는가 씨름하는 아이처럼
나는 안개를 가슴에 품고 시린 뼈를 다독인다
안개는 골수를 넘나들고, 살 속에 박혀 순식간에 대궁을 피어 올리고
꽃을 피운다, 안개숲
얼음짱같이 차가운.
2002년 8월 5일 부산 황령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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