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모서리에서 만나자

황금횃대 2006. 10. 20. 09:22

 

 이미지만 올려놓고 고서방 없으면 내용 쓸라고 했는데

아침 일 하다봉께로 그냥저냥 시간이 다 갔어요

어제 아침에 병원 간다고 버스터미널에서 기댈리고 있는데

5호 개인택시 아자씨가 나를 보구는 이야기를 걸어요

"애기 아빠는 좀 어뗘?'

"기브스는 풀었는데 걷는기 영 마뜩찮은가 물리 치료 받으러 댕기예"

"그 성미에 좀 답따블긴데"

"왜 아니래요, 까깝시러버서 죽을라해요 그래도 어째요 괘안을 때까지 기다리봐야지요"

"큰일이네...글씨. 퍼뜩 나아서 일 해야할낀데.. 커피 한 잔 할래요?"

"아, 예..고맙습니다"

 

커피 한 잔 하고는 직행버스타고 대전 갔어요

왜 갔냐구요? 아까 말했잖여 병원 간다고.

 

어제도 이야기 했지만 무답시 생리도 아닌데 하혈이 있는기라요

놀랬지요. 사람이 피 보고 놀래지 않을 사람이 몇 있간디요?

제사 때문에 병원을 가지도 못하고 한 이틀 혼자 끙끙 앓고 있으니 죽을 맛이여

게다가 어머님은 그 때 그 사건(?)의 여파로 일체의 말씀을 안 하십니다 그려

아들인 고서방이 좀 싹싹허니 말을 붙이고

싸울 때 싸웠을지라도 변죽좋게 엄니 옆에 달라 붙어서 말을 걸면 나도 그냥

구랭이 담 타넘드키 커피 한 잔 낋이각고 낑기 앉아 이야기 하면 되는데

어이고,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주끼지도 않고 지내요

 

아직도 안방과 마루 사이에는 시베리아 한랭기단이 형성되어서

(학교 자모회 와서 글 쓰는데 잠시만요...학생이 컴 써야한데요 비컨티뉴~~)

 

(턴! 돌아 왔시유)

니 떡 니 묵고, 내 떡 내 묵고 이 식이라...언제쯤 북태평양 고기압이 늘어서줄지..

 

병원에서 진찰 받구는 약 타러 가는데 고스방이 띨렐레 전화를 했시유

멀쩡하니 진료 다 받구 나와나놓구선 이제 병원으로 가는 중이라고 거짓말합니다.

퍼뜩 약 타가지고 용운동 양순딩 새임한테 갔어요

점심으로 낙지전골 먹고 고스방이 찍어 오라는 복권 두 장 찍고

변기 카바 사서 왔재요

약 먹어보고 한 번 더 병원을 오라구 하는데

혹시 거 뭐라나 갱년기 장애가 시작되는기 아닌가 하구 커억

아직은 그럴 나이가 아니라지만, 병이 뭐 나이따라 오는 것도 아니구

그카고 보이 나도 쪼매 우울하기도 한 것같구.

 

창문 밖 느릅나무 이파리들도 이제 낙엽으로 떨어지고

어쩌다 거미줄에 걸린 것들은 바람에 팔랑팔랑 맴돌며 정신없이 명랑한데

나는 내 인생의 가을을 어떤 줄에 매달아 놓구

저 나뭇잎처럼 팔랑팔랑 명랑해볼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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