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비 오는 날, 공 치는 날

황금횃대 2004. 7. 17. 09:14

허기사 오늘은 토요일이라 법원 경매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자두 공판은 확실히 없다
어제 작업하다 남은 자두가 두어바께쓰 있는데

오늘 아침 시원할 때 그거 밭에서 갖다 놔야지 했는데

이렇게 비가 쏟아진다.

비 오는 날은 空치는 날이라고

비단 노가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고
농사꾼 아지매도 비 오는 날은

허공에다 한숨 날리는 날이다.
해가 쨍쨍 나야 자두도 잘 익고,

자두가 잘 익어야 따서 팔아 돈을 할텐데
노루무리하게 익어야 하는 자두의 낯빛은 요즘

그야말로 푸리딩딩,

그렇게 자두가 익는다

 

뒤안 느릅나무 이파리는 숨이 막히게 푸르고

또 푸르러서 바라보는 눈길에

완강한 벽을 제공하고,

벽 너머의 세상에 대한 관심은

아예 끊어버리라고 종용하고 있다


가끔씩 전화가 걸려 와

자알 사느냐고 묻는다.
그럼 이렇게 대답하지..


"할 짓 다하고, 가끔 가다 못할 짓까지 하고 사는데 그만하면 잘 산다고 대답할 수 있나?"
하고 외려 반문을 한다.

듣는 사람은 황당해도

물음은 그만 내 안으로 꽂혀

못할 짓에 대한 자책으로 머리는 잠시 도리질.

 

선풍기를 틀어 놓고 설렁설렁 빨래를 말린다
바람결에  나부끼는 빨래를 보면서,

사물은 저리 젖어도 나부끼는데

사람의 마음은 그리하지 못할꼬...

빗줄기가 더욱 세차게 몰아친다

 

논둑은 무사한가...

비옷을 입고 비닐쪼가리를 들고

부실한 논둑에 그나마 물이 스며 들지 못하게 막음을 하러가야 하는건가

......앉아서 궁리만 많다.
그렇게 임시라도 땜방을 해 놓으면

와르르 무너지는 일은 없겠지.

이 처방전을 빵구난 마음에도
적용을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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