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살아 볼라꼬~~젼디 볼라꼬

황금횃대 2004. 7. 18. 08:13

어제 비가 엄청내렷시요
논둑이 무너질라해서 노란 비옷을 걸치고 논에 나가니
논둑 중간이 금이 쩌억 가서 흙이 밑에 논으로 내려앉았내요
금이 간 논둑에 비가 자꾸 스미면
흙으로 된 논둑은 빤스끈이 떨어지듯...고만 무장해제를 하고 말지요
비닐 가져가서 그거 덮어 놓고
손으로 진흙을 파서 바람에 안 날라가게 다독거려 놓아요
사람이 말이예요 희안한게
우산 들고 우의 입고 옷 안 젖게 할라고 용쓸 때까지가 애처롭지요
그러나 막상 어떻게 할 수 없는 비바람 앞에 우산이고 우의고 소용없어지면
그 때부터 용감해집니다
옷이야 젖건 말건, 머리 위로 빗물이 흘러 눙깔에 물이 들어가든 말든
전혀 개의치 않아요
미친년 널뛰 듯, 논둑 사이를 이리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대강 보수 공사를 해요
하얀 비닐 위에 빗방울이 트레몰로로 내리고
모인 물들이 비닐의 낮은 자리 골탕으로 흘려내릴 때
옷이야 젖어서 물이 줄줄 흘러도 그게 처량하지 않아요


논 바로 앞에는 한천이라는 제법 큰 냇가가 있어
지난 매미 태풍 때 초토화 된것을 지금은 제방 정비사업을 끝냈습니다
시뻘건 황토물이 바다처럼 파도를 치며 내려갑니다.
천변 옆에는 자잘한 채소밭들이 있어 고추며 모종파며 콩밭들이 더러 있는데
불어난 물에 밭둑가는 떨어져 나가고, 고추 말뚝에 노끈이 묶여져 고추가
뿌리채 뽑혀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기실 고추야 힘을 쓰는지 어쩐지 내 알 수가 없재요
그러나 조금 떨어진 다리끌에서 그걸 보니 영락없이 내 눈에는 그리 보입니다
장마비에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제 뿌리를 덮은 흙이 다 떠내려가도
얇은 비닐끈에 몸을 묶어 격랑의 물줄기를 이기는 저 고추처럼
우리네 사는 일도 그렇습니다

살아 볼라꼬....살아 볼라꼬.
젼디 볼라꼬오~~ 젼디 볼라꼬.

세상의 격류를 견디며 이기며 살고 있습니다.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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