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비가 실실 시작 되더니 어제는 어법 내리고 오늘은 그치는 분위기라.
이리저리 돌아봉께(블로그) 다들 사는기 지자리곰배식으로다 거기서 거기여
거기만 그런게 아니구 서울 한 복판에 가봐도 그려
어떤 놈은 여편네 팔짱을 끼고 걷고, 어떤 연인들은 대합실 의자에 나란히 앉아서
애인의 꼬부랑 머리카락을 만지고, 또 어떤 노숙인들은 밤 11시가 넘자 나가라는
역내 관리인의 팔놀림에 제 보퉁이를 끌어 안고 또 휘적휘적 어디론가 가고.
밤새도록 불을 밝히고 술을 팔 것같은 거리도 열 두시가 되니 문을 내리고 불을 끄고
종종 걸음으로 또 어디론가 스며들 곳을 찾아 떠난다네.
사는 일이 맹 그려.
근데 지내놓고보면 맹 그런 나날들이 지나는 동안에는 왜 그리 헉헉, 숨이 차고
목구멍이 울컥거리며 울대가 들쑥날쑥 뽐뿌질을 하냐말여.
지난 금요일
친정 동생이 허리디스크여서 약을 지으러 상민이가 갔던 약국으로 같이 가는데
헛일 삼아서라도 고스방한테,
"당신도 영 몸이 개운찮다민서 이참에 나랑 같이 가서 약을 좀 지어오재요?"
하고 은근히 물었더니.
"아닌게 아니라 나도 약을 좀 먹어야쓰것는데..."하더니 곧바로 풀죽은 인상을
맹그러설랑은
"어구, 내 팔자에 약은 무슨 약, 머슴은 뻐가 삭아지도록 일만하는 것이지 약
먹을 팔자가 되남.."하고는 땅바닥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밥 숟가락을 말없이
입으로 떠넣는다. 그 불쌍한 꼴을 보면 내가 좀 답답하재.
까짓꺼 굶어 죽을 때 죽더라도 우신에 약 먹을 시기가 되었으면 약 먹어보는거지
훗날 굶는기 걱정되서 지금 끙끙되고 있으면 누가 알아주냔 말이다.
내 몸이 약을 필요로 할 때 그렇게 따라 주는 것도 훗날에 돈이 덜 드는 일이기도 한데
고스방은 우선 내 주머니에 돈 나갈 일이 힘드니까 그걸 미뤄놓는 것이다.
누가 그랬냐, 아니면 내가 방금 생각해 낸것이냐, 성격도 팔자라는 말.
나는 분당 간 김에 약을 지어서 왔다.
허기사 나야말로 믿는 구석이 있으니 이렇게 하는 것이겠지.
고스방이야말로 어데 믿는 구석이 있냔말이지. 제 몸 안 움직이면 식구들 입에
거미줄 치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녀르 한약 한 재 얼마한다고 평생을 베룻타가 갈망하던 약 한첩 못 먹어보냐 말이지.
조리장사 쨍빚을 내서라도 해 주고 싶은데...성격도 팔자인 고스방은 그걸 거부한다.
맹 사는 일이란게 말이지....이리저리 뚜드리맞춰 살면 된다고 지끼싸도 그 누구에게는
허벅허벅 쉽게 손이 안 가는 모냥이여. 그게 고스방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