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스방이 영동 오정형외과에서 신체검사를 한데요
그래서 어젯밤에 늦게 들어와 목욕을 했어요
분명히 등때기 때 밀어 달라고 부르지 싶어서 눈깔에다 눙깔땡보를 맹글어 눈까풀 공가놓고
때불리고 다른 부위를 씻는 동안 나는 늦게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세요
앉아 있느니 오입한다고 앉아서 모니터 쳐다보며 병원 간 이야기를 썼재요
뭐 속으로는 이런 저런 썰을 풀어놓고 싶지만, 너무 까발겨도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데요
그라고 자칫 엄살이 늘어질 수도 있구요
등때기 밀어주고, 궁뎅이 때 밀어주고, 뒷다리 때 밀어주고 방에 오니 한 시가 넘었어요
목욕할라믄 좀 일찍 들어오면 될낀데 왜 그 시간에 들어왔냐믄요
옥포등 명선어무이께서 돌아가셨세요
젊어서는 신랑이 한참 잘나가서 끗발날리시던 분이셨는데 노년에는 좀 불행하셨세요
이런저런 사연을 다 이야기할라믄 그것도 또 날밤 새와야하는 일이고.
거기 상가집에 갔다 오니라고 늦게 왔어요
어머님이 고서방 상가집에 간다니까 기댈렸다가 들어오는 사람 삽작간에 뒤돌아 세워놓고
소금을 두오큼 등때기 때려서 뿌리래요
또 어머님 말씀을 지키느라고 잠도 안자고 기다리니 고스방이 들어오는 기척이 보이요
퍼뜩 소금단지 들고 나가 스방을 되돌려 놓고는 뒤에서 신나게 소금 두오큼을 뿌렸어요
어ㅉㅣ나 멋있게 뿌렸던지 소금이 고스방 잠바 주머니와 바지 주먼니 속으로 뛰어들어갔어요
주머니를 털어내며 고스방이 중얼거립니다.
'여편네가 밉다카이 소금조치랑 주무이에 다 집어넣네 궁시렁"
나는 좀 푼수끼가 번진 얼굴을 해가지고 히죽 웃습네다.
그렇게 들어와서는 목욕탕 욕조에 물 받어라, 창문 닫어라, 상가집에서 서 있었더니 무릎이
많이 부엇따 찜질 수건 뜨겁게 맹글어온나... 주문이 늘어졌습니다. 가마이 봉깨로 코 앞에 있는
티비리모컨도 가져오라고 시킵니다 떠그럴..
-아침에 끓인 꽃게탕이예요
재료만 준비되면 이것처럼 끓이기 쉬운 찌개도 없습니다
대애충 물 잡아서 간장 넣고 진간장도 좀 넣고 된장 풀어넣고 양념 다대기 먹다 남은거 있으면 그것도 한 숟가락 퍼 넣고, 딩굴러 다니던 무도 네모지게 번듯번듯하니 썰어서 넣어 끓입니다.
버글버글 끓으면 씻어서 다듬어 놓은 꽃게를 넣고 파, 양파, 표고버섯(이것도 먹다 남은 것 있으면 넣고 없으면 말구, 표고 말고 다른 버섯 있으면 역시 그렇게 넣고) 마늘에 고춧가리 게딱지 위에 조금 설설 뿌려 끓으면 마늘 좀 더 뚜드리 넣고 우리집은 조미료 안 넣으면 맛대가리 없다고 뭐라캐싸서 조미료 좀 넣고 한 소끔 끓여내면 됩니다. 다 아시죠?
짜드라 맛있게 할라고 용 안 써도 게껍데기, 게다리에서 나온 국물맛이 좋기 때문에 엥간흐게 끓이면 됩디다.
국물만 퍼 먹을 줄 알았던 고스방이 굵은 집게다리가 달린 몸통의 1/2을 건져냅니다.
앗! 저걸 오늘은 밝아먹을 생각인 모양입니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미운놈 게다리에 가위질을 해 줍니다. 잘 밝아먹으라고.
내 생각 같아서는 내게도 게 몸통 하나 돌아 올 줄 알았는데 역시나..
어머님은 한 마리 챙겨서 아버님 국에 살만 발라서 딱 놓아 드리고, 점심 때 드릴 것까지 챙기십니다.
아들놈, 딸년, 어머님....어어어어어 이렇게 하나씩 가져가니 나는?
없습니다. 어흑.
나는 간이 베이고 몰랑한 무를 아주 좋아 한다는 듯이 국물과 같이 건져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