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안개가 자욱한 것이...

황금횃대 2006. 12. 1. 08:35

뭐라도 내릴 날씨같습니다

옆집 세호아저씨네는 감이 자잘하다고 올해는 감을 따지 않았네요

우리집 느릅나무가 잎들을 다 떨궈내고 홀가분해지는데

세호아저씨네 감나무는 감을 매달고 알전구 켜 놓은 것처럼 붉습니다.

바람 많이 부는 날 츄리용 반짝이 한 푸대 아저씨네 옥상에 들고 올라가 풀어놓으면

마을 크리스마스츄리가 졸창지간 만들어 질 것같습니다.

우리집에서 조금 떨어진 명례네집에는 곶감타래가 안개 속에 잠겼습니다

초장에 날씨가 너무 더워서 곶감이 다 녹아 내린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만

이제 곶감은 꾸덕꾸덕 상처난 겉껍질을 아물게 하며 속은 맛있는 홍시가 되었습니다

고럴 때 따면 반건시라 하여 계란 담는 팩에 담아서 팔기도 합니다.

 

며칠 전에 우리집은 차 고사를 지냈어요

어머님이 힘들어서 못하시겠다고 고만 작파하기로 하고 영동 할아버지한테 물어보니

가마히 놔두면 며느리들이 알아서 할건데 할마이가 머할라고 그리신경을 쓰냐고

그래서 어머님은 내가 그걸 이어 받아 할 줄 알고 그런 말을 전했는데

저는 딱부라지게 말씀 드렸어요

"고사상은 차릴 수 있지만 소지 올리는 일은 못합니다"

잠시 어머님은 절망이시더니 결국 어머님이 하셨습니다.

찹쌀에 멥쌀 섞어 통팥은 대충 찧어 집 시루에 찐 고사떡은 잘 익었습니다

홍시 트개서 찰시루떡 찍어 먹으면 그것도 겨울의 별미입니다.

사진 올려 놓으면 침 흘리실 분들이 많기 따문에 사진 생략입니다.

뭔 배짱인지 요새는 뭐든 없다, 못한다, 고만 됐다 하면서

될수 있으면 안 할라고 용씁니다.

 

어제는 면사무소 주민자치회 주관으로 불우이웃과 마을 회관마다 나눠줄 김치를 담궜어요

말이 육백포기 김장이지...참말로 절여서 씻어 놓으니 산더미 같습디다

그래도 그 추운 날에 아줌마들과 자치위원들이 나와서 힘을 합하니 한 시가 채 안 되어서 끝났어요

나는 옷을 허술하게 입고갔다가 개 떨 듯이 떨고 나니 머리가 다 아픕디다

뒷 설거지는 슬그머니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오토바이 타고 오는데

찬비가 어찌나 뿌리던지. 요즘 유행어로 지대로 떨었습니다.

집에 와서 이불 펴고 그 안에 들어가니 아방궁이 부럽지 않습니다. 기실 사람이 욕심을 내자면

한도 끝도 없지만 <육실허게 추울 때 따뜻한 방 한칸>이라는 요정도의 욕심 만족으로 산다면

그리 속 끓일 일도 없겠습니다 그러나, 그게 또 잘 안되는게 사람의 일입니다.

 

설거지 얼릉 내 놓구선 요가 매트 들고 나도 안개 속으로 들어갑니다

작년에 짜 놓은 보라색 조끼도 찾아놨구만요

입어 보니 따숩고 좋습니다.

 

청주사는 언니에게 똑 같이 한 벌 짜주마 했는데

아직 약속을 못 지켰어요.

이왕 기다린거 쪼매만 더 기둘리세요

 

황간역에 정차하였다가 서울로 가는 기차가 출발한 모양입니다. 육중한 바퀴가 서서히 굴러가며 속력을 내는 느낌을 방안에서 소리로 알아냅니다. 이것만 봐도 사람의 능력은 참말로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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