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주절주절

황금횃대 2006. 12. 12. 16:52

일주일 전에 제사 지냈는데 오늘 또 제사래요

없는 집구석 제사 돌아오드키`하는 말이 있는데 꼭 우리집 보고 하는 말인거 같어.

오늘 아침에야 지난 제사 마지막 부침개를 양념국물에 텀벙 쏟아부어 부침개 전골을 끓여 놓았더니

그것도 두 어번 먹은 거라 이제 안 먹네. 결국 내 차지여

시장 봐와서 다듬어 장만하는데 다리가 쫘악 풀리는게 힘이 하낫도 없어. 속에는 조금씩

조금씩 울화통의 싹이 고개를 디미네. 그래도 어제 영동할아버지가 내게 신신 당부하길.

"자넨 화를 내면 안되야. 절대 화를 내지마. 몸에 그렇게 안 좋을 수가 없네"

할아버지가 배를 누르며 지압을 해주면서 마음 속에 맺힌 것들을 머리 속에 떠올려

서서히 풀으란다. 그러면서 불경을 외 주신다.

뒤로 돌아 누우라 그러고는 옆에 보살을 불러 허리부터 다리까지 주물러 주라는데

어찌나 아픈지 눈물이 찔금 났다. 참을려고 첨에는 어금니를 볼끈 깨물었다가 이빨이

아프길래 그힘도 풀어버리고 그냥 널부러졌다. 무얼 얼마나 잘 살라고 나는 이렇게 어깨빠디가

뭉치도록 용을 쓰고 살았나. 허리가 틀어지도록 용트림을 하고 살았나. 명치를 누르는데

환장하게 아프다. 아, 또 무얼 그리 새기지 못해서 명치에다 꼬박꼬박 쟁여놓았나.

 

아프기는 아프고, 이빨을 옹실물고 이런 저런 삶의 분노들을 돌이켜보니 왈칵 눈물이 솟구쳐

그런 경우 있잖여. 정작 울고 싶은 자기 연민을 뒤에 두고는 누가 한 방 쥐박으면 엉엉 소리내어 우는 일 말야.

 

어제 내가 꼭 그랬네

아파서 우는 척하며 연신 주먹으로 눈꼬리에 눈물을 훔쳤네

얼마나 주물러 놨던지 참을려고  용쓴 내 근육이 아침에 일어나니 굴신도 못하겠다

생각 같아서는 고만 퍼들어져 가라앉아 버리고 싶더만

딸년은 오늘부터 기말고사래지

또 증조모 제사는 엎어졌지

제사 지내고 아버님 입원해서 심장 검사 좀 받아야지 하면서 어머님은 생각날 때마다 내게 이야기하지.

먼데 서울에서는 이 해가 다 가기전에 그리운 얼굴이라도 봐야지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술 한 잔 하자며 부르지

 

몸은 하나인데, 그 몸은 이제 사용 연한이 다 된듯한 마찰음을 삐걱삐걱 내어쌌는데

그 몸 하나 부르는 사람도, 필요한 사람도 주위에서는 기천이라...

 

매년 이맘 때쯤이면 이백프로의 삶을 살았다고 왕구라 빵빵 쳤는데

그 구라도 힘있을 때 허는 짓인가벼. 아고.. 어데 깊은 땅 속으로 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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