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김광섭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는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 아름팍 안아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에 이천 원 아니면 삼천 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천직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욱이 있는데
타는 노을은 가고 없다
나는 이 시의 첫 부분이 좋다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는 대로 부르다가
살다보면 꽃이 피는 것도 그대로는 못 보고 비틀어 보는 사람이 있고
주는 사랑도 편하게 받지 못해 사랑에 늘 목 마른 사람들이 있다.
나란 사람을 까뒤집어보면
꼭 저 구절과 맞아떨어진다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는 대로 부르다가.
참 오랫동안 내 속에 품고 있는 싯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