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문살

황금횃대 2007. 1. 3. 10:01

 

 

 

 

시인/김광섭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는 대로 부르다가

세상에 가득한 물건조차

한 아름팍 안아보지 못해서

전신을 다 담아도

한 편에 이천 원 아니면 삼천 원

가치와 값이 다르건만

더 손을 내밀지 못하는 천직

 

 

늙어서까지 아껴서

어릿궂은 눈물의 사랑을 노래하는

젊음에서 늙음까지 장거리의 고독

컬컬하면 술 한잔 더 마시고

터덜터덜 가는 사람

 

 

신이 안 나면 보는 척도 안 하다가

쌀알만한 빛이라도 영원처럼 품고

 

 

나무와 같이 서면 나무가 되고

돌과 같이 앉으면 돌이되고

흐르는 냇물에 흘러서

자욱이 있는데

타는 노을은 가고 없다

 

 

 

 

 나는 이 시의 첫 부분이 좋다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는 대로 부르다가

 

살다보면 꽃이 피는 것도 그대로는 못 보고 비틀어 보는 사람이 있고

주는 사랑도 편하게 받지 못해 사랑에 늘 목 마른 사람들이 있다.

나란 사람을 까뒤집어보면

꼭 저 구절과 맞아떨어진다

 

꽃은 피는 대로 보고

사랑은 주는 대로 부르다가.

 

참 오랫동안 내 속에 품고 있는 싯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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