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달아 놓으신 분의 이름 중에 읍장이라는 분이 계시네요
읍장하면 뭐 여기 내 사는 영동군의 영동읍장도 물런 있겠지만
척 보면 저 읍장이 분명 빼뽀네 읍장임을 한 눈에 알아 차려요
옛날, 돈까밀로와 뻬뽀네라는 책이 있었잖여
신부님과 읍장이라는 제목으로도 나왔을거라요
그 책 참 열심히 읽었재요. 그게 시리즈처럼 삼권까지 나왔나? 그랬지요
그 뒤로도 더 나왔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나는 세 권을 사봤어요
시집 올 때, 그 책은 동생들 보라고 친정집에 놓아두고 왔세요.
그 돈 까밀로와 빼뽀네를 지은 사람의 작가 이름이 죠반니노 꽈레스끼지요
아마 내 기억이 맞다면 저 이름 맞을 겁니다.
블로그 옛날 글에 저 이야기 한 적 있지 싶어요
그 책을 삼남 일녀인 형제간이 다 돌아가면서 읽었는데
막내 동생은 돈까밀로 신부를 공책에다 그림도 그려놨어요
그걸 읽고는 엄마에게 발음을 해 보라고 시켰어요
엄마가 왜 나이가 들면 긴 외국어 발음을 제대로 못하시잖여
그런데 우리는 엄마 무르팍 맞은 편에 옹기 종기 모여서 엄마 발음 하는게 우스워서
배를 잡고 깔깔 웃었더랬지요.
"엄마 죠반니노가 안 되면 이걸 함 말해봐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아, 울 엄니는 이번에는 내가 분명히 정확하게 말해야지 하면서
귀를 활짝 열고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저 긴 이름은 제대로 안 되고 혀가 꼬여서
희안한 발음이 되고 말았는데, 우리는 철도 없이 그게 안 되냐구 막 웃구..
그게그게 말여 웃고 넘길 일이 아니였네 지금 생각하니
지금 내가 꼭 그 짝이여.
울 아덜놈이 컴으로 노래를 들으면 그거 누가 부르는겨? 하고 물어보면
뭐라뭐라 외국가수의 이름을 순식간에 말하잖어. 그럼 내가 그걸 다시 한 번 찬찬히
알려달라해서 입으로 되뇌여보는데 그게 꼭 옛날 울 엄마처럼 그렇게 순서가 뒤죽박죽에다
발음은 꼬이고 뒤섞여서 제대로 되질 않는겨
으이고...울 엄마 그렇게 말씀하실 땐 그게 왜 안 될까하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살아보니 알겠잖어요.
그 뒤에 나올 말은 뻔하지요?
자꾸 얘길 하면 서글퍼져.
그러나 저번에 청주자치교육원에 정보선도자 교육 받으러 갔을 때 어떤 할아버지가 하신 말씀.
"내가 지금 이걸 배워 전자상거래니 뭐니 돈 벌자고 그러는게 아니구 이런데 부지런히 다니며 배우고 익히니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더 젊어지는겨. 그래서 이렇게 마누라 옆자리 떠나서 하루 숙박하며
컴퓨터 배우고 그러지요"
얼굴에 검버섯이 피고 할아버지 명함 쭈욱 돌리는데 보니 정미소 사장이여 ㅎㅎㅎ
돈도 벌만큼 벌었고 생활에 아모 부족함이 없지만 그렇게 배우고 익히는 일에 열심이니 얼마나 새롭겠느냔 말이지. 내가 고개 숙이고 딴짓하다가 고개 들어서 할아버지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네.
근데 어제 친정올케와 전화 통화를 했네
친정에는 아부지 엄니 다 같이 계시는데 올케말이
"형님, 어제 아버님하고 어머님하고 국수그륵을 밀치며 싸우셨어요"
"아니 왜?"
"아버님이 국수 간장 넣는데 파가 별로 없으니까 간장에 파를 좀 더 썰어 넣으시라고 했는데 어머님이 또 별라게 그런다고 그냥 먹지 했는데 아버님이 그깟 파 썰어 넣는게 뭐가 그리 힘들다고 그걸 못하냐고 뭐라 하시니 어머님은 지지 않고 또 뭐라 하시고 그래서 큰 싸움 났어요"
"어이고..왜그러시나 정말 한 사십년 넘게 사시면 대애충 맞춰 사실 때도 됐는데...."
"그래도 그게 잘 안 되시는 모양이예요. 아버님은 그냥 화가 나서 나가시고, 어머님은 홱 토라지셔서 그냥 국수 드시고. 그래도 조금만 있으면 금방 풀어지셔서 나를 보고 느그 아부지 얼렁 점심 드시러 들어오시라 해라 하시면서..."
그런 이야기 들으면 좀 깝깝하재요
서로의 미묘한 성격차이..이건 죽을 때까지 끌어 안고 가나 봐요.
읍장 빼뽀네 이야기 할래다 삼천포로 샜스.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