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서울에 갔지
결혼식 후 점심을 먹으면서 내가 스방 자랑을 갈비탕에 말아 놓은 밥띠꺼리가 튀도록 했지
정말이지 실수야. 서방 자랑을 그렇게 하는게 아닌데. 한나절도 못갈 그 자랑 해 놓구선 내가 버스 차창에 대가리를 들이 박았네. 허기사 내 잘못도 있지만 원래 내 잘못이란건 작게 저평가 되는거구 상대방 지랄그튼 성격은 뻥튀기로 팡팡 튀겨내는 것이지만.
고속터미널에 가니까 대전가는 버스는 4시에 있고, 황간 경유해서 구미까지 가는 버스는 4:40분에 있다네 . 대전에서 내려 다시 황간가는 시외버스 타자면 버스 시간이 잘 맞지 않아 잘못하면 한 시간씩이나 공백이 있기에 그냥 구미가는 걸로 기다렸다가 타고 갔지.
한숨 자고 있는데 전화가 울리는겨. 고스방이야.
"야, 너 어디쯤 왔어?"
"가마이 있자....천안 휴게소 마악 지나가는 중이네"
"너, 내가 아침에 하라구 준것 했어?"
뜨악~~~~
아침에 하라고 준 것이 뭐냐면 로또복권이다. 아직 이렇다할 당첨이 한번도 된적이 없어 나는 맨날 조또복권이라고 하는데, 서울 간다니까 그 바쁜 아침에 지갑에다 마킹한 번호표를 돈과 같이 넣어주며 기차역에 발바닥 닿자마자 찍어 놓으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것이다.
나는 뭐 예의 건성건성, 저 뭐시기 편재 안사람처럼 건들건들 대답을 하고는 역에 내리자마자 전철 노선보고 청담동 찾으로 간다고 깜박했지뭐요.
예식장 도착하니 시간이 한 시간도 더 넘게남았고, 나중에 은파리언니와 풍경언니가 와서 복권 얘기까지 해 놓구서도 그걸 찍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지를 하지 못했네. 그리고 예식 마치고 고속버스터미널에서도 40여분이나 시간이 남아 돌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도 복권은 생각도 못하구.
이나저나 고스방의 쌍욕이 전화기를 통해 들려온다
"너 복권 안 찍어오면 집구석에 못 들어올 줄 알앗!"
노곤함으로 한숨 잘 때리고 바깥 풍경을 슬슬 구경하며 내려가도 좋을 이 신나는 고속버스 안에서 내 안에는 콩이 튄다, 깨가 튄다.
영동 사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미안하지만 이 번호로 복권 좀 찍어 놓으면 내가 가지러 갈게 하며 전화를 여러군데 넣어도 아무도 없다. 할 수 없이 일일사 돌려 복권방 전화번호 물어서는 이차저차 내가 지금 서울에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니 추첨 전에 이 번호로 복권 두 장만 좀 빼놔 주실래요 사정을 한다.
다행히 아저씨가 흔쾌히 그 부탁을 들어 준다. 서방 아니래도 이런 사람은 얼매나 친절한가.
황간 도착해서 복권 찾으러 영동까지 갈려면 시간이 너무 늦어서 과외 끝나는 시간에 맞춰 집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를 해서 즈그 아바이 승질 들먹거리며 영동까지 버스 타고 가서 복권좀 찾아 오라고 부탁을 한다. 두 시간 꼬박 앉아서 과외하고 이제 뭘 먹으며 티비 좀 보려고 마루에 앉는데 전화를 받은 울 아덜. 아주 하기 싫어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그러나 아직도 울 아덜놈은 이런 부탁을 대놓고 거절하지 못하는 착한 놈이라. 귀찮아 죽겠지만 즈그 엄마 우예될까바 급히 나가서 복권을 찾아 집으로 오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단다. 그 시간이 7시.
황간에 고속도로 간이 주차장에서 나는 내렸다. 마음이 급하니 경사진 철계단을 탕탕 소릴 내며 내려가는데 어어어어어? 이게 뭔 운명의 호작질이냐. 고스방 차가 뽀로롱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황간 옷가게 하는 여편네가 서울에서 물건 해 오며 남편차를 불렀던 모양이야.
기차타고 오면서 영동내려 복권을 찍어 오는 줄 알고 있었던 고스방, 서울에서 직행으로 오는 버스에서 여편네가 내리니 속으로 생각기를 아까 통화할 때는 영동내려서 복권찍어 온다고 했는데 분명 그냥 왔구나 싶는가보다. 역시나 그 큰 눙깔을 부라리며 창문을 내리고는 나중에 보자며 종주먹을 들이대고 있다. 나중에 보긴 뭘 봐.
나보다 이십분이 더 지나서야 아들놈이 복권 두장을 사와서 내놓는다. 어려운 심부름을 했으니 복권 산 돈에 수수료까지 얹어서 돈을 청구한다. 이런 일이 언제 또 일어날지 모르니까 나는 아들에게 수수료를 얹은 돈을 지불한다. 꼴란 복권 칠천원어치 사는데 삼만원이 나갔다. 죽어나는 것은 상순이다. 그려 내 죽고 나거든 니들끼리 복권 당첨되서 잘 묵고 잘 살어라. 이런 악담까지 퍼붓고 싶다.
다음 날 아버님 생신이라 정신없이 저녁 차려내면서 국 끓이고 반찬 준비하는데 고스방이 밥 먹으러 들어 온다. 부엌에 들어 오자 마자 멀쩡한 플라스틱 의자를 발로 타~악 찬다. 흐흥...내가 이렇게 화 났으니 알아서 기란 말씀이지. 나물 씻던 동서가 깜짝 놀래서 쳐다본다. 고스방이 그러기나 말기나 나는 밥을 차려내고 다른 일을 하면서 곁눈질하니까 하이고 아주 인상이 가관이다.
그렇게 인상 쓰고 앉았으면 내가 뭐 날 죽여줍쇼~ 할까바. 여차하면 나도 뒤집어 엎어버릴 생각으로 마음 속에 독사같이 대가릴 쳐들고 준비를 한다. 그래봐야 저 손해지. 내일 아버님 생신인데 시누 형님에 동서에 조카들까지 와 있는데 한바탕 난리치고 내가 덮어쓰고 누웠으면 어쩔겨? 포도밭에 일은 나자빠진데다 ㅎㅎㅎㅎ
그걸 저변에 깔아 놓은 나는 무서울것이 없다. 그래도 고스방 죄없는 플라스틱 의자까지 들고 찼는데 그냥 넘어가면 섭섭하지. 밥을 다 먹고 마루에 앉았기에 복권을 건네니 좀 의아한 모양이다. 여편네가 분명 중간에서 내리지는 않았는데 복권은 제 눈 앞에 버젓이 놓여 있고...이 무슨 영문인가 하고 짱구 굴리고 있는 새, 시엄니께서 거든다. "병조가 공부마치고 그거 사러 가야한다고 똥줄이 빠지게 나갔구만"
참말로 그 아들에 그 엄니라. 좀 가마이 있어도 될 일을 어머님은 욜심히 설명을 하신다. 내가 어련히 알아서 시나리오 맹글어 설명을 할까.
"씨파, 니가 내 말을 쪼금이라도 신경을 썼더라면 이렇게 안 해도 될거 아냐? 영동까지 갔다 오는 차비는 어데서 거져 떨어지나 조또 @#$%^&*~"
욕이 배따고 들어가나 들어 주자.
한참 주끼던 고서방이 내말 한 마디에 입 다물고 만다
"어이, 내가 잘못 해뜨랑게. 담 부터 안 그럴 테니 고만 말어요. 복권 사다 줬으면 그걸로 사건 종결이엿!"
그라고는 나도 후환이 두려워 얼릉 부엌으로 사라졌지.
딸하고 쪼그리고 앉아 양파까면서 "에이 씨발~"했더니 딸이 웃는다.
덧붙이자면:
양파까면서 이런저런 이야기하고 그런 이야기하다가 화에 대해서 나왔는데, 내가 또 공자 촛대뼈까대는 소릴 했지. 화라는게 말이야....하고. 그랬더니 울 딸 하는 말, 그렇게 화에 대해 잘 아는 땅뚠이가 아까는 왜 씨발이라 그랬어.....ㅎㅎㅎㅎ
그야 뭐..사람 사는기 말야 이론과 실제가 다릉께..ㅋㅋㅋㅋ
웃고 나니까 천안서 부터 등줄기가 긴장된게 그제서야 풀리더란 말씀.
그나저나 그녀르 조또복권 4등이라도 될라는가 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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