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안 먹는 고스방

할리 데이비슨

황금횃대 2007. 6. 4. 20:55

 

내가 아침 설거지며 청소 다 해놓고 밭에 갈 때는 이렇게 오토바이를 타고 가요

저번에 마데인면장빽으로 무면허 걸렸다가는 빠져 나오고는 여태 한번도 적발을 안 당했어요

그 때 면허 딸라구 했는데 어영부영 모임에다 약속에다 집구석 일이 바빠설랑 그냥 구랭이 담 넘어 가듯 시르륵 그냥 넘기고 말았재요. 그랬더니 고서방 운전사 안전교육만 받으러 갔다하면 나보고 뭐라 해요

 

<니 퍼뜩 면허 안 따면 언제 큰 봉변 당할끼다. 이누무 여편네가 고집이 고래심줄보다 더 씨서 뭐라 말을 해도 들어 처먹들 안 해>

<나도 살다 봉께로 이력이 생겨서 그냥 당신 말이라면 한쪽 귓구녕으로 들어왔다 반대편 귓구멍으로 빠져나간데이 이일을 우짤고..>

속으로야 이렇게 생각해도 그걸 발설을 하면 또 한 소리 듣재요.

딴다딴다 하더니 얼라 서이 놓고 딴다고 ㅋㅋㅋ 나도 드디어 지난 오월 십육일, 면허 시험을 받재요

나는 오토바이 면허...뭐 이런 타이틀인줄 알았디만, 원서 내는데 보이까네 원동기 자전거 면허더만. 지기럴..

 

내가 이나이에 자동차 면허를 따도 뭐할낀데 영동자동차운전학원 강의실에 앉아 안전교육을 받는데 원동기 자전거 면허란다. 아이 내 시력이 어떻다고 운전 면허를 고스방은 못 따게 한디야. 내가 츠자적에 해야 할 일 중에 못한게 딱 하나 있는데 그게 뭐냐고 물어 본다면?

물론 이 동네 들락거려 어느 정도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지독한 연애>뭐 이런 대답은 절대 안할거다

그렇지, 나 면허를 못 땄네.

그 시절만 해도 내가 차를 몰고 다닐 일이 어데 있을까 아주 꿈도 못 꾸던 시절이였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결혼해서도 잘만 면허 따더만, 나는 난다난다 장군만 나는 집구석으로 시집을 와서 그야말로 대대로 운전밥으로 먹고 사는 집이니 여자가 면허 따서 운전 하는 것을 아주 금기로 여긴다.

 

고스방이 날 보고 면허취득불가라고 무질러 놓은 이유중에 하나가 눈이 나쁘다는 것인데, 아이 요새야 안경끼고 교정시력 나오면 얼매든지 면허 딸 수 있는거 아닌가.

결국은 자동차 유지비가 아까와서 날 보고 면허 못 따게 하는 것 같다.(아마 틀림 없을 것이다)

 

안전교육 세시간 받고 필기시험을 치러 영동경찰서에 갔다.

60점만 되면 합격이고요~ 모르는 문제가 있으면 절대 답을 쓰지 말고 공란으로 놓아 두세요

감독 경찰 아저씨가 아주 신신 당부를 한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문제는 훤하게 칸을 비워 두었지를. 근데 합격이란다 ㅋㅋㅋ

 

영동 마차다리 밑으로 가니까 하상 주차장에 스프레이로 S코스, 지그재그코스 그리고 ㄱ자로 꺾어지는 코스를 대충 그려놨다.

<자자, 차례대로 오토바이 타고 살살 금 그어진 안 쪽으로 타고 와봐요>

대충 발을 바닥에 놓으면 다시하면 되고.

 

실기 시험이 끝나자 모두 모아놓고는 합격이라고 한다.

말일 쯤 면허증 찾으로 오면 된다구 ㅎㅎㅎ

 

집에 와서는 고스방에게 자랑했지..자랑도 뭣도 아니지만 하여간 상황 설명을 하면서.

<당신이 저엉 운전면허 못 따게 하면 나도 다 방법이 있어.>

<무슨 똥 발린 소리야. 방법은 무슨. 하여간 자동차 면허는 안돼>

<나 그럼 저어기 가죽잠바입고 떼서리로 오토바이 타고 다니는 사람들 있지. 나도 그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 사서 타고 다닐거얌. 가죽 잠바에 가죽 마스크 그라고 말장화 부츠 신고, 뒷자석에 가스나 하나 태워서 푸다다다다다 타고 댕길고얌>

<푸쿠후후후후후후~>

고서방이 요상한 소릴 내며 배꼽이 저리도록 웃는다

<아니 왜 웃어욧!>

<꼴란 원동기 자전거 면허 따서 그 오토바이 타고 다닐라꼬? 하이고 날아가는 새가 다 웃는다. 이핀네야. 그 오토바이는 따로 면허를 따야 혀. 자동차 면허 보다 더 어렵구만. ㅋㅋㅋㅋ>

<에잉? 그건 또 다른 면허여?>

 

이리하여 나는 멋있는 가죽사물함이 달린 1500CC쯤 되는 오토바이 타고는 젤 앞에 달리며 깃대 휘날릴 꿈을 접는다.

 

지금부터 열심히 일해서 돈 모으면 할리데이빗슨인가 뭔가 하는거 그거 한 대 못사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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