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땐다는 말 아시쥬?
경상도에서는 문지른다는 말을 문땐다 그래요
문을 떼다도 아니고 문을 불땐다 그말도 아니고
문지르다를 원형으로 하는 그 살갑은 말 <문땐다>
어젯 밤 늦은 시간에 나는 일기 쓴다고 먼저 들어가 누웠재요
배깔고 누워서 가계부 보면서 며칠 동안 미뤄놓았던 일기를 되새김해서 살을 붙이고 씁니다.
어째 살다보면 놀기가 쉽지 꼬박꼬박 일기 쓰기가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간단간단한 사항을 가계부에 기록해 놓으면 나중에 생각해도 상황이 기억나니까
일기 쓰기가 쉬워요.
그렇게 누워서 차곡차곡 글을 쓰면 글자가 주는 뭐랄까 기쁨이 있어요
컴으로 두드리는 기계적이고 정형화된 모양말고, 내가 수십년 갈고 닦은 글씨체가 묘한 형상적
미학을 제공한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더욱 글씨 쓰는 일이 즐겁고 아름다운 글씨체가 되기 위해
획 하나 하나에 조금 신경을 쓰게 되지요. 뭐 맨날 그러는 건 아니구 어쩌다가 그렇다는 얘기쥬.
하루분만 더 정리하면 되는데 고스방이 손 씻고 오줌 누고는(순서가 바꼈네) 자러 들어와요
불켜놓고 여편네가 뭘 끄적대고 있으니 바지를 벗으며 <여편네 또 뭐하는거여?>하고 묻는겨
"일기 쓰재요"
"그딴 건 말라꼬 쓰고 있어 눈도 곰팽이 핀 눈으로..."
"이제 다 써가요"하는데 불을 톡, 끄더니 이불 속으로 들어 온다
할 수 없이 그걸 접어서는 화장대 밑에 꾸셔넣고는 반듯이 드러 누워 허리를 피면서롬
"아구구구 허리야. 와 이래 허리가 아프고 피곤한지 몰것네"하며 엄살 한 번 떨어줍니다.
옆에 누은 고스방 잠옷을 들추더니 다리를 얹고는 실실 문때요
"에공 귀찮구만 와이래 문때쌌소"
그러는데 킥킥 웃음이 나. 여보여보 내가 언제 문때는 이야기 해 줍디까? 하고 물으니
"아니" 하네. 내 문때는 이야기 해 줄테니 들어봐요.
하루는 신부님한테 어떤 총각이 고해성사를 한다고 찾아 왔어. 신부님이 그 총각더러 무슨 죄를 고백할라구 왔심니껴? 하니까 이 총각이 내가 이만저만 해서 어떤 츠자를 건디렸다는거야. 그래서 양심에 가책이 되고 해서 이렇게 신부님한테 보속을 받으려고 왔다는겨. 그래 이야기를 가마이 듣고는 신부님이
그럼 헌금하는 바구니에가서 자기가 생각해서 죄의 크기만큼 돈을 넣고는 보속을 받으라고 했지. 총각이 그러하겠다고 얘기하고는 갔어. 총각이 가고 한참 뒤에 신부님이 이 총각이 얼마를 헌금통에 넣어 놨나..하고 가봤더니 돈이 없고 쪽지만 하나 있는겨. 그래서 신부님이 그 쪽지를 펼쳐보니 이렇게 써 있더라네.
<신부님 고맙습니다. 저는 그 츠자한테 삽입은 안 하고 그냥 문때기만 했어요. 그래서 저도 돈을 헌금바구니에 문때기만 하고 갑니다> 라고
그 얘기를 듣더니 고스방이 낄낄 넘어가요. 우리 부부의 대화는 맨날 왜 이수준인가 몰러
그러더니 고스방이 더욱 다리를 세게 문때면서 하는 말.
"하느님 나도 죄가 없어요. 죄라면 문땐 죄밖에. 낄낄낄....
그러더니 하는 말.
"하느님 상순이는 죄가 많아요~~"
"아니 내가 뭔 죄가 있어요?"
"하느님 상순이는 문때면 살아 날 내껄 쪼물락거려서 다 골과놨는데 그 죄가 더 크죠?"
골과놓는다는 말이 뭔지 모르신다고요?
ㅎㅎㅎㅎ
골케 만든다는 말이예요 ㅋㅋㅋ
아이, 정말이지 대화의 수준이란게...이러면서 둘이 깊은 밤에 바람처럼 헐헐 웃었네.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