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시월이 오면 구월 한 달동안 못 주낀 이야기 하느라 블로그 문턱이 뺀질뺀질 닳았을 터인데
이녀르꺼 올해는 우찌된 셈인지 찬바람에 얼음이 얼 정도로 썰렁하다. 그러니 여기 드나드시는
분들은 심심 골때리게 생겼다 그말씀.
거기다 한번씩 아무것도 아닌일에 꼬장을 부려주는 고서방이 있어 그것을 꼰질르느라 이내 손가락이
바람 앞에 쏠려다니는 낙엽처럼 바빴는데, 고스방도 이제 오십줄 들어서니 성질 부리는 것도
늙는가 사뭇 나긋나긋 하다 못해 배처럼 단물까지 내놓으니 어즈버 옛날이련가 스방 시집살이여.
스방이 서리맞은 나주배처럼 연해지면 내가 심심할까바 도저 그 꼴 눈뜨고 못 보겠다는 식구가
있으니 시부모님.
지난 시월 초열흘날에는 양치질하고 나오시던 아버님이 갑재기 호흡이 가빠지고 말 소리가 목구멍
안으로 자꾸 알아 들을 수 없게 들어갔다. 일 나간 고스방 급하게 불러 대전 응급실로 입원을 시키고
나흘을 있다가 어제 퇴원을 하였네. 이번에는 급한 상황만 가라 앉으니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매일 대전 병원을 출퇴근 했는데, 살림 살이 대충 우두바놓고 직행버스 탈라고 버스 정류장까지 시간
맞춰 뛰어갈라믄 속에 들어 않은 애가 바깥으로 다 쏟아져나오는거 같애.
달리기도 안 하다가 갑재기 할래니 어찌나 숨이 차고 힘이들든지..헥헥거리며 버스 좌석에 털석 주저
앉으며 하늘이 노래져요. 다들 썰렁하게 몸을 옹송거리고 앉았는데 나혼자 헐레벌떡 땀을 철철 흘리며
손부채를 만들어 활활 부치고 있으면 그 때깔없는 상황 속에서도 생각이란게 모락모락 피어올라
나는 왜 사는기 맨날 이모냥일까...하는.
병원에 도착하면 뭐 벨로 할 일은 없재요. 아버님은 링거병 꽂은 폴대를 끌고 화장실 다니시는건 아모
문제가 없으니까 나는 그냥 드실거만 챙겨드리고 아버님 심부름만 하면 �께. 별로 심부름 시키시지도
않으시재. 그럼 앉아서 바느질거리를 꺼내요
보조 침대에 퍼대지고 앉아 이것저것 천쪼가리 꺼내서 가위로 자르고 꼬매고 앉았으면 아버님이 보시고
그거 뭐하는거냐고 물어보시재요.그럼 나는 열쇠집 맹글어요 하고 대답하고는 실끝을 입에 넣어 이빨로
자근자근 물어서는 바늘에 실을 꿰요. 하루 종일 멍하니 앉았으면 머해 그런거라도 꼬매고 앉았으면
이렇게 열쇠집이 하나 생기는데.
이런거 만들면 한 댓개 만들어야 고만 만들어요
첨에 만든건 어딘지 모르게 모양이 맘에 안 들어. 첨 만드는건 방법도 제대로 모르고 그냥 머리 속에
생각을 형상으로 나타내는 것만으로도 바쁘니까.
두 번째부터는 모양이 제대로 나와요. 세 개째 만들때는 같은 걸 세 번 할래니 좀 지겹죠. 뭘 만들 때는
만드는 사람의 기분이나 감정의 상태가 고스란히 결과물에 나오게 되어 있어요. 그런 현상도 가만히
뜯어보면 참 희안한 일이여 조물주의 능력이란.
사람의 마음만 그런 것이 아니고 사물도 물론 앞면과 뒷면이 있습죠
이건 열쇠집의 뒷면.
가끔,
나는 앞면만 그럴싸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해 보재요
그런다고 내가 앞면이 빤드르르하다는게 아니고, 살다보면 왜 앞면만 신경쓰고 치장할 때가 있잖여
앞 얼굴에만 굴곡이 있는게 아니고, 뒷쪽 엉덩이에도 굴곡이 있는데말시.
새벽에 시어머님이 깨운다...상민아, 상민에이...
"예 어머님."
"느그 아부지가 배가 아파 죽겠다고 한다 어서 일나서 와 봐"
"아고, 아이고 배야...배가 아파 죽겠네"
"어제 병원에서 퇴원하지 말고 그대로 있을걸..공중 퇴원에서는 이모냥이네"
반풍수 의사 횃대
"아버님 일어나 앉아 보세요"
"아이고 배가 아파 못 일나"
"그래도 잠깐만 일어나 보세요"
귀를 만져보니 싸늘하고 식은땀이 이마에 축축하다, 하품이 자꾸 난다. 명치 아래를 눌러보니 위가 운동을 하지 않는다. 배를 누르니 아파 죽것단다. 돌려 앉혀놓고 어깨 양 옆을 주무르니 비명이닷. 꼭 체하셨군요 으흠..
양 엄지, 검지 손끝을 따고 등을 두드리며 쓸어내리고, 명치 아래 부분을 주무른다. 사흘 전 내가 그렇게 체했을 때는 등 두드려주는 놈 하나 없어서 나 혼자 뚜드리고 따고 뛰고 했는데..한참을 그렇게 하니 조금 가라 앉는다며 눈 감고 주무신다 휴우..
중년의 한가운데, 가을 어느 새벽은 그렇게 흘러, 지금은 안개 자욱 코끝까지 밀려 온 아침이 되었다.
병조야 고만 자고 일어나라 아침 묵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