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애인

황금횃대 2004. 12. 16. 08:54

지난 2일 군청마당에서 새마을 협의회 김장담그기 행사가 있었재. 각 면단위에서 준비해온 배추며 양념이며 김치 담을 통이며 준비대 위에 얹어 놓고는 척,척 양념을 발라 김치을 담아서 불우이웃에게 농갈라 주는 행산데 벌써 한국인 정서는 딴데서 부글부글 끓고 있었나니.
점심 준비를 한다고 한켠에 불을 지핀 임시 아궁이에는 설설 돼지고기가 김을 내뿜으며 삶기고 배춧잎 뜯어 양념 속으로 잠깐 버무린 그것에 뜨끈한 도야지고기 한점씩 싸서 양념 비비던 손으로 둘둘 말아 넘의 남편이라도 아...허세요 하고 입에 널름널름 넣어 주는데.
어디서 뽀얀 막걸리 통이 어깨너머로 넘어와 사발에 한 사발씩 그득그득 부어 권커니 잣커니 마시니 세상에 막걸리가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 문득 막걸리 사발 하늘 높이 들이키고 나니 생각나는 사람은 그거 짊어지고 온 사람도 아니고 스방도 아니고...서울에 막걸리만 좋아하는 그사람이 생각나는기라. 막걸리통에 서너됫박 남았는걸 작은 통에 옮겨담아 그질(길)로 서울행 열차에 올라탈끄나 생각도 하였으니.

 

 


그 애는 계란을 좋아했더랬지. 오빠가 잔치집 국수 위에 얹힌 계란을 몰래 건져다가 여동생에가 갖다 먹였다는 그 이야기 할 때부터는 그녀만 아니라 그녀 오빠도 좋아했더랬지. "유정란 계란 장조림이다." 작게 소리치며 빈한한 내 식탁에서 그걸 맛나게 먹어주는 그 아이. 지금도 달구새끼가 마당 구석에다 퍼질러놓은 계란을 주워 오면서 이건 그 아이가 좋아했는데 좋아했는데...
내 식구보다 먼저 생각나는 그아이.

 



사랑의 기쁨이라던가. 삐리리한 그 소설 한 대목에 있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같이 먹고 싶은 사람, 좋은 풍경 속에 있을 때 곁에 두고 같이 보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사랑하는 사람이래.

사랑하는 사람? 애인?



늘 그러지..내 눈에 들어와 바라보이는 것은 다 사랑이야..너도 사랑, 그 건너편도 사랑...예전에는 이렇게 곧잘 씨부리고 댕깃는데 그것도 이즈음은 시들혀. 그러니 포도주잔씩이나 들어부어서라도 그 사랑 뜨겁게 하고 싶은게지.



그러고 내일 같은 날은 지리산 온천에라도 쫒아가서 뜨끈한 물에 담궈도 보고 말야...집 나간사랑이여 다시 돌아 오라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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