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누무 영감쟁이는 갈 수록 새벽잠이 없어진다. 새벽에 옆에서 뿌시럭거리면 오십 바라보는 여편네가 뭐가 좋다고 하하호호할까. 새벽잠 좀 느긋하게 자 보자고 사정을 하고 인상을 찡그리고 쌩파리좆마냥 토라져도 그 다음날 새벽이 되면 또 일찍 깨서 뿌시럭거린다. 죽으면 지겹도록 자는 잠, 뭘 그리 더 잘라고 안달복달이냐며 댓발 나온 입으로 투덜거리지만, 나는 새벽에 일찍깨면 종일 병든 달구새끼처럼 헤롱거린다. 다섯살 차이나는 나이가 생활 리듬을 이렇게 반대의 길로 몰고가나 생각을 했지만 답은 없다. 영감은 맨날 4시 45분쯤깨서 화장실을 다녀오고 보일러 스위치를 올리고 이불을 들춰 잠자는 여편네 궁뎅이를 쳐다보고 무거운 다리를 얹는다. '또 시작이군...' 이래서 나이들면 각방 쓰자고 눈에 불을 켜나봐. 시어머님과 시아버지는 지금 여든 여섯, 일곱을 달리는데 내 결혼하고 여태까지 따로 누워 자는 걸 못봤다. 꼭 요대기 한 장을 깔고 나란히 주무신다. 동네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하면, "아이고 그런 영감할마이 첨 봐, 첨 봐, 하면서 부러움 반, 시기 반의 멘트를 큰소리로 날려 주었다.
하기사 젊은 내가 봐도 의아할 정도로 어머님이 아버님 생각하시는 건 왔따!다. 굴비를 구워놓으면 등부분의 도톰한 살을 싸악 발라서 따로 접시에 담아 아버님 앞으로 당겨 놓으신다. 그럼 우리는 등때기가 허전한 굴비의 내장을 먹거나 꼬리를 먹거나..
오늘 아침에도 그 버릇 개 못 주는 영감이 또 일찍 깼다. 궂이 내 베개는 자기가 두 개 동개서 베고는 팔을 베고 자라면서 꺼땡긴다. 팔 두깨가 비게뭉치만하면 내가 뭔 불만이 있겠는가. 나는 모가지가 뒤로 15도쯤 꺾인 자세로 잠을 자야하는게 여간 불만이 아니지만 또 그것마저 싫다고 뿌리치면 여편네가 애정이 식었니어쩌니 하면서 삐질게 틀림없다. 새벽잠이 없어 지는 대신에 없어지는 공백을 삐짐이 채우고 있다. 뭔 말을 못한다 삐져싸서.
쑤석거린다고 찡그리고 자시고 할 것없이 벌떡 일어났다. 콩모종 논둑가에 하려고 어제 저녁 밭에서 뽑아다 놨는데 그걸 심어야겠다고 나가니 반바지를 입고 영감도 따라나선다. 자기는 모 뗌방을 해야겠다나..
히뿌욤히 밝아오는 아침.
새벽 옅은 안개를 헤치며 한 손에는 호매이자루, 또 한 손에는 콩 모 담은 다라이를 끼고 걸어 간다.
논 길은 하얗게 밝아 있고, 풀잎은 이슬을 또르르 굴리며 아침 인사를 한다.
모심기 할 때 논두렁 지심을 대충 메 놓았는데 또 바랭이가 바글바글 올라와 있다.
풀을 매며 콩모종을 옮겨 심는다.
한참 일하니 성당에서 여섯시 종을 친다. 뗑그렁~ 한참 쉬었다 뗑그렁~ 성당 종지기도 아침 잠이 덜 깬거겠지.
붉은 기운이 스미고 안개가 스러지는 동안 종은 울렸다.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 온다 희망을 알리는 종소리가~
늙어서, 아침 일찍 아이들 밥 해줄 필요도 없는 시절이 오면, 이렇게 새벽 잠 깨워 논으로 밭으로 영감할마이가 지심매러 일찌감치 나가는 일도 아름다운 풍경일거 같어. 신발에 묻은 흙을 툭툭 호미대가리로 털어 내면서 영감이 내미는 요쿠르트 한 병 쭈욱 마시면 그걸로 요기가 되는 가벼운 아침식사도 꿈` 꾸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