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망년회를 겸한 송년회 자리가 이어지고 있다.
매주 토요일, 일요일을 집에서 보내지 않아서 아이들 얼굴 마저 아슴슴하다 ㅎㅎㅎ
어제도 꽃꽃이샘과 면사무소 여직원하고 송년회해야지? 하며 무심히 잡은 술자리 모임
막창 구이에 노래방에 포장마차까지, 오랜만에 3차까지 뛰고 집에 오니 열두시가 넘었다.
기다려도 기이이다려도 님 오지않고~~
여편네를 기다리며 혼자 티비를 보다 깜빡 잠이 든 고스방, 두 시간여를 신나게 자고 일어나도 들어오지 않았다며 아이들에게 고만 삽짝 닫아라!하고 냅다 소릴 지르더라나?
대문은 닫아도 쪽문은 열어 놓은 줄 알고 살그머니 문을 여니까 꿈쩍도 않는다. 이런이런..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서 문 열어 달라고 하니 아들놈이 나와 문을 열어준다.
"엄마 이제 큰일났어, 아빠가 엄마 안 온다고 문 열어주지말래"
그렇다고 내가 뭐 겁을 좀 내나? ㅎㅎㅎ
방에 가니 고스방이 한 쪽 팔로 이마를 가리고 눈알을 띵굴띵굴 굴리며 쳐다본다
어디서 이런 막돼먹은 여편네가 있냐는 식이다.
하기사 고스방 있을 때는 늦은 밤까지 모임을 끌고 간 적이 없다. 간이 난닝구 바깥에 나왔구만.
"여태 노래방에 있었어!"
비수를 장착한 목소리로 고스방이 묻는다.
"노래방은 열한시에 끝났는데 목이 칼칼하다며 맥주 한 잔 하자해서 포장마차 갔재요"
내사 오고 싶어도 차도 없으니 혼자서 올 수도 없고...주절주절..변명을 늘어 놓는다
그럼시롱 차가운 다리를 고스방 다리 우에 얹으니 깜짝 놀랜다.
차 안에 히터도 안 틀고 왔나 다리가 얼음짱이네..
소주, 맥주 짬뽕해 먹어서 얼굴에 열이 확확나는데 히타는 무신..추운 줄도 모르고 왔구만.
이런 말은 속으로만 하고 스방 팔을 쭉 펴서 내 목 밑에 집어 넣구는 찰싹 달라 붙어 티비를 본다.
"어이구, 이거 사람이 아니구 여수새끼가 다 됐구만..."
고스방,
당신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나도 충분히 느끼고 있재요, 내가 이제 사람의 탈을 벗고 여수가 되었구나
그것도 꼬리 아홉 달린 구미호가!
몸으로 떼우던 젊은 시절은 이제 여엉 물 건너 갔다.
JQ, 즉 잔머리지수만 날로날로 향상 되어가는 여우 시절이 왔다
피카소에게 청색 시대, 장미빛 시대가 있다면 나에게는 몸떼 시대, 여우시대가 있다
여우시대야 말로 진정한 봄날이다 아우우우우~~~
(잉? 이건 여우목소리가 아니잖여? 여우가 아니구 늑대 시댄가? )
'소주 동맹 상순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리수리 마수리, 마흔 일곱이여. (0) | 2009.01.22 |
---|---|
육필 (0) | 2009.01.04 |
[스크랩] 오늘도 불만스런 당신에게... (0) | 2008.12.11 |
가연, 가희. 그리고 미안하다 (0) | 2008.12.08 |
맛있는 책이 왔다. (0) | 2008.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