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었네, 친정집에 갔더니 저 재봉틀을 버린다고 밖에 내놨어
시집 온 울 올케가 신형 재봉틀을 하나 샀다네
그래서 저 발틀은 소용이 없어 버린다고 하기에 그 때가 병조 낳고 친정집에서
산후 조리 할 때였을겨. 애기 이불이며 옷이며 기저귀며 짐보따리가 얼매나 많냐말이지 그래도 말야
사람이 욕심이 있으면 어떻게든 그걸 취하려고 머리를 굴리지.
얼라하고 시어무이하고 나하고 짐 속에 파묻혀 오면서도 저 재봉틀은 고스방 차 뒷트렁크에 얹혀 편하게 왔다네
오래 썼지....
아버님 수의도 동네사람들이랑 같이 만들 때 저 재봉틀을 썼지.
그 땐 촌동네 무신 바람이 불어선지 다들 발틀을 손틀로 고치는 일에 목숨을 걸었다
날만 새면 차들이 지나가면서 묘한 리듬감을 끼워넣어 이렇게 방송을 했다
"발틀을 손틀로 만들어 드립니다. 발틀은 손틀로 만들어 드립니다. 간편하고 보관하기 좋은 손틀로 만들어드립니다." 길다란 골목을 이 차가 두번씩 왕복하면서 방송을 하면 할머니들은 좁은 방 한켠에 자리를 차지 하고 앉아 온갖것 다 올려 놓은 선반이 되어 버린 발틀을 살짝 흘겨보다가는 드뎌는 결심을 하고 지나가는 차를 불러서 발틀을 손틀로 개조를 했다.. 그런데 일해보면 손틀보다 발틀이 훨씬 편리하고 일의 진척이 빨라. 분업이 괜히 분업이것어? ㅎㅎ
퀼팅 솜을 대고는 손으로 퀼팅을 해야 약간 손맛이 나고 좋은데 그냥 재봉틀로 드르륵 박았다.
역시나 단단해지고 빈틈 없어지는 퀼팅라인.
뒷면은 지퍼 달 필요없이 천을 겹쳐서 대번에 박아 버린다.
아침 설거지 살짝 미루고 방석 하나를 완성하다.
이제 내 베개는 아이들이 깔고 앉아 컴퓨터를 하며 뿡뿡 뀌어대는 방귀에 자유로와질거다.
불쌍한 내 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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